네가 싼 똥은 네가 치워라. 난 여자한테 약해!
일 벌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안 해도 되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면 철저하게 무시하고 내버려 둔다. 대세에 지장 없다는 판단이 서면 관심을 끊어버린다. 이런 내게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이 반대편에 한 명씩 꼭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시작하고 도전하고 하는 그런 사람들. 끊임없이 벌어지는 그들의 일 만들기와 상황 변화가 늘 신기하다. 그들은 온몸으로 새로움을 거부하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특히 벌여놓은 일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어쩔 줄 몰라할 때는 '도대체 어쩌다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때다 싶어서 한 마디 해주러 다가선다.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쌓이고 얽히게 된 걸까? 그 안에 묶여서 갇혀있는 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니?
'하나가 다른 것을 이끌었다.'라는 뜻인데 설명이 어렵거나 의미 없을 때 쓸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그랬단다. 정신 차려보니 일이 이렇게 되어 있었단다.
그 안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벌여야지...
'스스로를 너무 얇게 펴지 말라'는 뜻인데 너무 많이 일을 벌이지 말라는 말이다. 몸을 늘려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끝없이 늘려가다 어느 순간 툭하고 끊어져버린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모양새다. 근데 정면승부가 아니라 벌여놓은 일을 나 몰라라 할 셈 같다. 노노노. 이번에는 그렇게 안되지.
저질러 놓은 것들 다 수습해놓아야지. 이렇게 싸질러만 놓고 사라지는 건 아주 나쁜 버릇이다. 싸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끝까지 책임을 지자. 자신 없으면 아예 시작을 말자. 나처럼.
모두에겐 약점이 있다. 삼손에겐 머리카락이 아킬레스에겐 아킬레스건이 약점이다. (너무~ 올드한데?) 아무리 냉혈한이라고 해도 자식에게는 한 없이 약하다. 살면서 이런 약점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는데...
남자라서 그런 건지 난 여자한테 약하다. 같은 부탁이나 요청도 좀 더 쉽게 들어주는 편이다. 이런 내 약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soft spot'은 부드러운 부분, 그리니까 약한 점을 말한다. 뒤의 대상을 바꾸면 물건이든 사람이든 무엇에 대한 약점을 말할 수 있다. 이런저런 내 약점들 때문에 가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으아! 완전히 날 속였다. 내 약점을 이용하게 위해 철저히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그리곤 보기 좋게 넘어갔다. 이젠 절대 쉽게 당하지 않겠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너를 믿지 않겠다'는 겁나게 강한 표현이다. 우리말 '네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아'로 대체할 수 있겠다. 네가 뭐라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
이렇게 혼자 열불을 내고 있는데... '그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네는 사람이 꼭 있다. 세상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말투로 전한다.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라는 의미다. 나도 알지. 근데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데 어쩌겠어. 표지가 일단 먹고 들어가면 내용도 그럴 듯 해 보이는 데 말이야. 많이 살아보지 못해서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한가 보다. 더 살면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