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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06. 2021

술과 월급의 상관관계

마시는 만큼 들어온다

내게 잡히는 회사 일은 기대와 달랐다. 별수 없는 소비자 중 하나로 보이는 광고로만 기대를 만들어왔었다. 입사 전 밖에서 느꼈던 회사의 이미지는 첨단 IT 기업이었다. 조금 부풀려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 같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일할 줄 알았다. 도착한 사무실에 현란한 장치는 없었다. 책상과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이 전부였다. 아무 회사, 어느 사무실에 가도 있는 풍경이었다. 첫인상에서 허황된 기대는 바로 사라졌다. 먼저 온 사람들의 설명에 귀 기울였고, 그들의 일을 유심히 살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우리 팀은 회사의 물건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관리하는 ‘영업 관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고객과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역할을 하진 않았지만, 판매를 지원하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일을 했다. 이전에는 접점에서 부딪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해왔었다. 주변에서 독려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일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절대 합리적으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정답이 있었지만, 그렇게 결정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더 이상 이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럴 때 등장하는 마법의 해결책이 있었다.


회사 생활이 쌓여가면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술’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았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났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꼭 빠지지 않았다.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다. 친절한 선배가 날 데리고 본인이 관리하는 대리점으로 향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는지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좋은 취지는 쉽게 망가졌고, 남아있는 기억은 오고 갔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딘지 모를 곳에 회사 차량을 세워두고 벌겋게 된 채 곯아떨어졌던 부끄러운 장면이다. 난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아주 약하다. 한 잔만 마셔도, 아니 냄새만 맡아도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다. 두 잔이면 잠이 들고, 세 잔이면 몸 안에서 무언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친다. 내 사정을 알 리 없던 선배는 점심 식사자리에서 반주를 곁들였다. 그들에겐 반주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치사량이었다. 결국 그곳을 떠났을 때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천상의 어딘가를 휘적휘적 헤매는 상태였다. 놀란 선배가 한숨 재워야겠다며 나를 차에 뉘었다. 그날은 그렇게 술 마시고 자다 깨서 퇴근했다. 처음이라서 특별히 그랬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 하지만 이건 회사의 '술'에 엮인 사건 중 겨우 시작에 불과했는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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