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와 아부
회사에 들어서면 수없이 많은 귀와 눈, 그리고 입이 등장했다. 빠져서 아쉬운 코까지 껴서 이목구비다. 많은 이목구비를 한꺼번에 신경 쓰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철부지들이 모여 있던 학창 시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서 거기인 처지였기에 그들의 이목구비를 무작정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의 그것들은 달랐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서로 간의 변화와 행동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어색하고 쭈뼛쭈뼛한 회사 생활 초기에 날 선 환경은 나를 더욱 위축되게 했다. 사방에 보이지 않는 줄이 처져있는 기분이었다. 하나를 힘들게 피해도 다른 하나에 손과 발, 때론 목이 턱턱 걸렸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거나 편하게 있을 수 없었다. 회사는 서로 주고받는 눈치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나름 눈치가 빠르다고 여기며 살아왔지만 차원이 달라지니 소용이 없었다. 한두 명의 눈치만 살피던 시절은 어린아이의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여긴 수많은 어른이 쏘아대는 눈치의 전쟁터였다. 한 공간에서 많은 성인과 지내는 경험은 새로웠다. 놀이가 아닌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모두 다른 사람이라 각각의 눈치도 달랐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달랐기에 눈치를 주거나 눈치를 채는 경우 모두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옷차림에, 누군가는 시간에, 다른 누군가는 말투에 눈치를 연결했다. 서로 다른 눈치를 모아 보면 숨 쉴 곳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눈치를 봐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 대로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느껴졌다. 그들의 이목구비가 나를 따라 이리저리 향하는 걸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입체적이며 다각도로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시간은 힘들었다. 그 공간을 빠져나와 비로소 내게 쏟아졌던 보이지 않는 줄이 끊어지고 나면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시간이 흘러도 눈치 보는 능력은 쉬이 늘지 않았다. 보려고 할수록 봐야 하는 부분만 늘 뿐이었다. 처음엔 눈빛을 다음엔 표정을 또 그다음엔 손짓까지. 계속 이런 식이었다. 나중에는 흩어지는 말 하나하나까지 굳이 쓸어 담아서 해석하고, 추측하고, 예상하는 날이 이어졌다. 눈치를 주는 대로 모두 받았고 더 나아가 없는 눈치도 만들어내서 살폈다. 자신과 확신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남들을 이해하고 알고 싶었다. 그땐 스스로의 눈치를 살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모든 눈치는 밖으로 향했다.
* 회사에서 일보다 눈치를 배우고 싶었던 회사원은 어찌 되었을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