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온 졸음과 시작된 관찰
다행히 회사에서 마주한 첫 번째 일은 익숙한 녀석이었다. 바로 쏟아지는 ‘졸음 참기’. 원래부터 조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엉덩이로 대충 자리를 잡으면 곧장 졸음이 쏟아지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학교 수업 시간은 내게 조는 시간이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내 방에서도 자세를 잡으면 늘 졸았다. 적절한 진동과 소음이 더해지는 이동 수단은 잠을 좀 더 즐기기 쉬운 장소였다. 버스, 지하철, 차 어디든 타기만 하면 저절로 눈이 감기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심지어 절대 졸면 안 되는 처음 앉은 운전석에서도 지겨운 고속도로 덕분에 졸고 말았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던 고3 시절에는 물파스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눈이 번쩍 뜨였지만, 사용이 반복될수록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적응해버린 두 눈덩이는 오히려 시원하다며 더 쉽게 졸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허벅지 안쪽 꼬집기였다. 오랜 시간 시도 때도 없이 졸아대며 아프게 한 덕택에 허벅지 부근 살은 늘 퍼렇게 멍들어있다. 점점 단련되면서 아픈 정도가 줄어들어 걱정이 많았다. ‘여기도 안 되면 이제 몸 어디를 괴롭혀야 하나.’ 하면서.
첫 출근 후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고 반가운 녀석이 찾아왔다. ‘아니야. 우리가 굉장히 친하지만 여기서는 안돼.’ 가차 없었다. 고개는 신나게 리듬을 타며 아래로 떨구어졌다. 돌아보면 나름대로 핑계는 많았다. 내 일이 없으니 할 일이 없었다. 아는 게 없으니 머리 굴릴 일이 없었다. 불러주지 않으면 움직일 일이 없었다. 말 걸어주지 않으면 말할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으니 친구라곤 졸음밖에 남지 않았다. 나 빼고 다들 바빴는데 나는 그렇게도 졸렸다. 사회에 나와서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그 친구가 야속했다. 첫 사무실에 오기 전에도 곁을 지켰었다. 신입사원 교육 때도 늘 함께했다. 영향력이 컸는지 앉았던 자리 주변은 언제 어디서나 눈을 감고 있기로 유명했다. 심지어 사장님이 오셨던 시간에도 변함없이 졸았다. 회사에 발을 디딘 후에도 꾸준히 함께했던 졸음. 출근해서 마주한 내 첫 번째 과제가 오랜 친구에게서 벗어나기였다. 여기까지 따라올 줄은 미처 몰랐다.
출근 후 며칠 지났을 때,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집이 좀 사나 봐?”
* 의미심장한 선배의 말이 불러온 변화는...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