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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05. 2021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휴가

회사의 휴가는 누구 것인가?

평온한 일요일 아침, 흔한 사무실 풍경이다. 한쪽 책상에는 눈에 불을 켜고 일하는 내가 앉아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한 남자가 대형 TV로 야구 경기를 보고 있다. 아직 2회 초다. 나는 야구 중계 소리가 거슬리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신입사원 신세다. 애써 무시하고 눈앞의 모니터에 집중한다. 몇 시간이 흘러 야구가 끝났다. 다행히 그가 TV를 껐다. 갑자기 조용해진 적막이 어색했지만 훨씬 나아졌다. 속으로 ‘휴!’ 하고 숨을 내뱉고는 마무리가 되어가는 일에 박차를 가하려는 찰나, 그가 “야! 잠깐 이리 와봐.”라고 말했다. 


이 공간 안에는 그와 나밖에 없었기에 나를 부른 게 확실하다. 못 들은 체하고 싶지만 그를 알기에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차분하게 “부르셨어요?”라고 대답하며 걸어간다. 그는 의자에 뒤집어질 정도로 삐딱하게 파묻혀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그 앞에 열중쉬어도 아니고 차렷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섰다. 위아래로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내일부터 휴가지? 지금 네가 휴가 갈 때야?”


그때부터 시작된 일장 연설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마치 신문의 사설이나 학위 논문처럼 기승전결이 정해져 있다. 내가 휴가를 가면 안 되는 이유와 갈 수 없는 까닭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져 나온다. 그는 야구를 보는 동안 야구만 보고 있지 않았다. 생각하고 정리하느라 1회부터 9회까지의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게 분명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럴듯하다. 나는 내일 휴가를 가면 안 되는 사람이 맞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지 슬슬 반복되기 시작한다. 이야기하는 그도 듣는 나도 지겨워진다. 영혼 없이 계속되는 이야기를 정신 놓고 듣는 지경이 된다. “정말 휴가를 가야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 봐.” 이 말을 끝으로 그가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TV 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가 사라졌다. 내게 남은 그의 말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건 일뿐이다. 자리로 돌아가며 어둑어둑한 창밖 하늘을 바라본다.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내뱉는다. “이렇게까지 해서 휴가를 가야 하나?” 


* 내 휴가를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회사원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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