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내 정치
불과 몇 년 전까지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출‧퇴근이나 점심시간처럼 인파가 몰릴 때, 일반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지옥철과 다르지 않게 사람으로 꽉꽉 찼다. 어쩌다 임원과 식사 약속이라도 있으면 횡재라도 한 듯 특별한 그 엘리베이터를 얻어 탈 수 있었다.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놀라면서 따랐던 기억이 있다. 넓고 쾌적했고, 기다림이 없었다. 같은 건물 안에 이렇게나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었다니 신기했다. 가끔 급한 마음에 짐이 없으면 탈 수 없는 화물 엘리베이터를 몰래 타곤 했는데, 괴리감을 느꼈다. 누구는 여기저기 낀 채 로 콩나물시루처럼 겨우 오고 가거나, 짐짝인 척 스스로를 속이며 부끄러운 짓을 하며 다니는데, 누구는 모든 불편함이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구름 위를 걷듯 가뿐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이러려고 기를 쓰고 올라가려는 걸까 하며 막연한 환상을 가졌다.
결국 차별을 조장하는 구시대의 유물은 사라졌다. 이제는 누구나 환상 속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회사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직적인 방향이 단숨에 수평으로 변하진 않았다.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여전히 경직된 위아래 문화에 대한 고통과 힘듦이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얼마 전에도 계속되는 풀기 어려운 갈등을 목격했다. 왜 변하지 않을까? 아니, 변화를 바라긴 하는 걸까? 바라지 않는 변화가 가능한 걸까? 회사는 계급사회다. 전형적인 군대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군대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할 수 없는 것과 똑같다. 단단하게 고정된 계층 문화 속에서는 부수적인 것이 따라온다. 아래에서 위를 맞추려는 애씀이 그것이다. 애써 그건 회사의 일이 아니라고 여겼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순진한 판단 착오임을 끊임없이 겪어왔다.
일이라 하면 주어진 과제에 집중해서 풀어가는 이성적인 영역이다.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가 있으면 누구에게 들이대든 통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었다. 관련된 사람의 감정이나 환경이 바뀌어도, 일이 흔들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일보다는 그 외의 것들이 결정했다. 공과 사의 분리는 당연할 줄 알았지만, 사가 공을 자주 덮었다. 일로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고, 실제로 “일을 잘한다.”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그것까지도 잘했다. 참 혼란스러워졌다. 일이 힘들면 차라리 나았다. 어떻게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서 헤쳐 나가면 되니까. 스스로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부각되면 어려웠다. 일이 아닌 것을 파고들기도 전에 ‘이게 일이 맞을까?’라며 규정하고 납득하느라 지쳤다.
* 일로 인정하기 힘들었던 이 회사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