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기뻐하며 후회 없이 살기
모두가 좇는 이 두 가지는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바로 '꿈'과 '행복'. 언제나 바라고 원하고 기대한다. 네 꿈은 뭐냐며, 지금 행복하냐고 서로 묻는 것이 안부만큼이나 거리낌 없다. 언제든 바로 튀어나오기 위해 노심초사 예상 답변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럴듯한 꿈을 가지지 못하면, 혹시라도 현재 불행하다면 돌아올 남의 안쓰러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 삶의 중심처럼 굴지만 정작 학교에선 배우지 않는다. 무조건 책상머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긴 시간 동안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기껏해야 점수를 높여 성적을 잘 받으면 둘에 가까워질지 모른다는 암시를 받을 뿐이다. 못 알아들은 채 멍하니 지내다 교복을 벗고 나와 삶에 던져지면 '꿈과 행복' 따위를 진지하게 돌아볼 틈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틈이 날 때마다 스스로 의심하고 남의 것을 궁금해한다.
괴로웠다. 배운 적이 없는 꿈과 행복의 홍수 속에 살아가며 혼자만 이방인이 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무엇인지도 모를뿐더러 꼭 필요한지도 모르는 상황은 답답하고 갑갑했다. 직접 찾아야 했다. 나만의 생각을 바로 세웠다. 타인과 비교하지도 따져보지도 않을 내 것을 비로소 알아냈다.
난 꿈이 없다. 남이 이야기하는 멀리 이루고자 하는 그것이. 멀리 못 보는 태생적 한계로 닿지 않는 대상을 바라보지 못한다. 손에 당장 잡히지 않는 것을 품지 못해서. 분명 꿈이라 하면 이루고 싶어 하는 걸 텐데 아주 멀어버리면 이루어질 법하지 않다. 와닿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원대한 허상은 내게 머물지 못한다. 나도 바라고 원하는 게 있다. 있으면 일단 바로 한다. 당장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실행할 수 있는 대상만이 의미가 있다. 한두 번 하다 보면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고도 더 원하면 계속한다. 될 때까지 하다 보면 언젠가 가지게 된다. 그러고 나면 처음에 바랐던 게 사라진다. 이처럼 무언가 간직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한다. 당장 못 하고 안 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다. 꿈꾸는 사람보다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꿈이 없다.
덕분에 후회도 없다. 후회는 하고 싶은데 안 했을 때 생긴다.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인다. 어릴 적엔 징징대며 뒤돌아보곤 했었다. 이럴 걸 저럴 걸 하면서. 문득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멈췄다. 굳이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후회는 나를 부추긴다. 안 해서 후회할 것 같으면 한다. 그렇게 행동이 후회를 없앤다. 하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고 나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무언가를 할 때 일부러 못하려는 경우는 없다. 하고 나서 잘하고 덜 잘하고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했다, 안 했다에 집중한다. 더 잘하고 싶다면 한 번 더 한다. 할 수 있는 영역만 인정한다. 했다면 실패는 없다고 믿는다. 한 뒤에 남는 것은 모두 경험이다. 하고 싶은데 하지 않는다면 그게 실패다.
앞으로도 꿈과 후회 없이 살고 싶다. 멀고 먼 꿈은 가지고 싶지도 목매고 싶지도 않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따로 묻지 않아도 지금의 모습으로 설명이 되고 싶다.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바라보며 나가고 싶다. 내뱉는 말과 떠오르는 생각이 움직이는 몸과 다르지 않겠다. 지금 없이 내일만 기대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 이 모든 게 나만의 꿈이라면 차라리 포기하겠다. 행동이 빠진 이상은 없어도 되니까.
행복이 너무도 궁금해서 보물 지도를 따라 탐험하듯 오래 헤맸다.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찾아가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수많은 행복 이야기에 천착해왔다. 파랑새는 만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 존재 자체를 의심하다가 어느 순간 포기했다. 행복이 있든 말든 나만 좋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그날 하고자 한 일을 다 하고 잠드는 그때다. 당연히 반대는 가장 기분이 좋지 않다. 좋은 기분이 매일 쌓이면 즐겁다. 다음날 또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 보면 계속 좋음이 쌓여간다. 이런 상태를 행복이라고 부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내겐 행복이란 녀석도 꿈과 같기에 멀어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존재다. 나를 외면한 걸 나도 굳이 찾지 않는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집중할 뿐이다. 꾸준히 기분이 좋기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해내고 기쁨을 누린다.
세상엔 꿈꾸는 사람, 드리머(Dreamer)와 만들어 가는 사람, 빌더(Builder)가 있다. 꿈이나 행복과 거리가 먼 난 완벽한 빌더로 살아간다. 매일매일을 꼼꼼하게 채워가며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가끔은 먼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드리머가 부럽기도 하다. 그날의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틈이 생길 때면 공허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나중에 뭐가 되는지 괜히 보지도 않던 저 앞쪽을 멍하니 응시한다. 한참 눈살을 찌푸리다 멀리 보는 능력이 없음을 기억하곤 곧 발 앞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배울 수 있다면 배우고도 싶지만, 천성 때문인지 쉽지 않다. 공허해질 위기가 길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지금으로 돌아온다. 다시 꾸준하게 현재의 삶에 온 힘을 다한다.
내겐 딱 두 가지 마음 상태만 있다.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못해 변화를 원하거나.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러니까 세상 용어로 행복하지 않다면 고민을 시작한다. 바뀌어야 할 지점을 찾으면 움직인다. 그래서 다시 만족스러움으로 돌아간다. 필요하면 행동하고, 필요 없다면 만족한다. 만족하지도 못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비참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 '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고민돼'라는 말을 믿지 못한다. 정말 하고 싶다면 이유는 사라진다. 단순하게 산다. 지금 좋거나 좋아지고 있거나.
1년 뒤, 5년 뒤, 10년 뒤를 물으면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처럼 여전하게 계속 만족하며 살고 있을 거다. 그때가 얼마나 멀든 내겐 지금 오늘이 있을 뿐이다. 그날의 원함을 이루고 그날의 즐거움을 느낀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지 그렇게 지내고자 한다. 잘 자리 잡은 단단한 자세와 태도를 놓치지 않겠다. 바라건대 떠나는 날까지 꼭 그러고 싶다. 가진 마음과 하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 말이나 글보단 행동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겠다. 원대한 꿈과 무궁한 행복이 없지만 상관없다. 잘 모르는 걸 이루지 못했다며 괜스레 돌아보고 슬퍼하지 않겠다. 만들어가는 지금이 마르지 않는 기쁨을 준다. 꾸준하게 기뻐하며 후회 없이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