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Nov 06. 2024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English Restart>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돌아보게 만드는 언어가 있다. 바로 '영어'. 학창 시절이든 사회에서든 뒤통수를 간지럽히며 딱 신경 쓰이는 위치에서 우릴 지켜본다. 애써 모른 척하며 살다가도 가끔 생각나기도 하고, 또 필요하기도 해서 찾아가 보지만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 잠깐 데면데면 지내다가 ‘우린 역시 잘 안 맞아’라며 다시 돌아오길 꽤 많이 반복한다. 물론 멀지 않은 다음번에 또 만나러 가는 건 시간문제다. 다시 터덜터덜 헤어지고 ‘역시 안 되겠어’라며 힘 빠지기 일쑤지만.


풀리지 않는 고민과 고통이 있는 곳엔 현자와 장사꾼이 난립하기 마련이다. 각자의 지혜와 상품이 계속해서 세상에 등장한다. 이 두 가지의 경계는 사실 모호하다. 어쨌든 영어에 자신이 있는 자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내놓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는 어쩌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묘약이 누군가에게는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좀 흐르면 다수의 선택으로 판명되어 엉망진창이거나 해결책으로 깔끔하게 갈라진다. 실망이 쌓이면 선택받지 못해 뒤 편으로 밀린다. 감탄이 쌓이면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널리 퍼진다. 분명 같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엉터리 장사꾼이 되기도 하고 진정한 고수로 남기도 한다.


가뜩이나 성격이 급한 우리에게 한 달, 몇 주, 며칠 완성은 익숙한 용어다. 마치 그렇지 않으면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처럼 서로 경쟁한다. 세상 어느 일이 모두에게 똑같이 정해진 짧은 기간 내에 끝날 수 있을까 싶다. 그것도 심지어 하나의 언어를 말이다. 평생 배우고 쓰는 한국어도 끝이 안 보이는데! 눈길을 끌기 위한 수단임을 알지만, 좀 더 진실하면 좋지 않겠냐는 바람이다. 이렇게 가진 소신도 불티나는 판매를 보며 쉽게 흔들린다. 팔랑이는 귀를 느끼며 나는 절대 장사나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항상 바쁘고 남들보다 앞서야 의미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순진한 생각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별수 없이 나와 있는 수많은 '영어, 한 달 완성!'을 둘러본다. 기대가 없기에 그냥 제일 오래되고 유명한 책을 집어 본다.


대충 올림을 해버리면 나온 지 100년이 다 되어간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어느 집에 찾아가도 성경 아니면 이 책이 어지간하면 있을 거란 말이다. 하긴 우리 집에도 내가 사지 않았지만 이미 들어와 있으니 그럴 만하다. 하도 많이 속아서 속는 셈 치는 건 선수다. 한 달 동안 머리를 비우고 하라는 대로 해봤다. 품은 의심도 잠시,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을까?


하나의 안심이자 아쉬움은 내가 완벽한 백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나서 영어를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배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규 교육을 받았다면 그러기 어렵다. 주입식이든 뭐든 수년의 가르침 받았으니 처음이라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알려주려 하는지 느꼈다. 언어는 결국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존재다. 평생 입 밖에 내지 않을 상황보다는 늘 겪는 일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살아있는 표현을 그림과 반복으로 아주 쉽게 전한다.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재밌게 빠져든다. 놀라운 책이다.


‘난 영어랑 담쌓았어!'라고 말하는 이에게도 통할 거라고 믿는다. 이 책 한 권이, 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커다란 마법을 부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작은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든다. 어차피 언젠가 다시 해 볼 거라면 이 책으로 해보고 판단하면 좋겠다. 눈에 띄게 막 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남는 건 충분하다. 영어에 다시 발을 담갔고 꽤 친숙해진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꼴도 보기 싫어진 대상이 이 정도로 바뀐다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진짜 마지막으로 시도하려는 자에게 강력하게 권해본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English Restart Basic (I. A. Richards, Christine Gibson/뉴런)

한 달만 하면 된다는 영어책이 워낙 많아서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고, 출간된 지 75년이나 된 한 달 영어 공부의 오리지널 격인 이 책은 정말 놀라웠다. 내가 영어 실력이 아주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 효과를 훨씬 많이 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의 그림을 보면서 따라 하다 보면 기본적인 영어의 틀이 잡힐 것이다. 일상생활 의사소통에 필요한 대부분의 핵심 요소를 절묘하게 다 담았다.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하기를 하다 보면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지겹게 배웠던 중고등학교 교과서 영어나, 다른 어쭙잖은 영어 실용서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무조건 시작은 이 책으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놀라운 책이다.



English Restart Advanced 2 for reading (I. A. Richards, Christine Gibson/뉴런)

English Restart의 상위 레벨의 ‘읽기’ 교재. 그냥 교육서일 뿐인데 이렇게 후기를 남기는 이유가 있다. 그 내용이 아주 ‘교육적’이다.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세상에 대한 ‘상식’을 아주 쉽고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읽다 보면 영어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주 재미있는 교양서를 읽는 느낌이다. 책을 다 마치고 났을 때 아쉬웠다. 그만큼 내용이 좋았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딱딱한 백과사전 전체를 엄청난 이야기꾼이 이해를 돕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해 주는 기분이다. 지구의 탄생, 생명의 시작, 과학의 발전, 사람 사는 모습 등 우리에게 밀접한 주제를 아주 쉬운 영어를 활용해서 전달한다. 그 안에는 작가의 생각도 담겨있고 우리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냥 영어 교재로만 남아있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초급 레벨 정도의 실력만 있어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의 재미와 읽고 나서의 뿌듯함을 보장한다. 좋은 책이다. 아들에게도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읽히고 싶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원인과 결과로 흘러가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