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세요.
어릴 적부터 나는 뭐든 다른 이들에 비해 느린 아이였다.
엄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첫걸음마저도 다른 이들에 비해 수배는 늦어
엄마를 걱정시켰단다.
그 후에 학교에서도 나는 무엇이든 이해가 되어야 움직이는 아이였다.
그런데 1+1이 당연한 세상에서
나에겐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꼭 알아야만 했던 나의 궁금함이 이해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겐 수학이나 과학이 어려운 과목이었다.
질문이 산더미인데 그 질문을 다 하자면 그 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질문에 대한 답의 회로가 멈춰져 버리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어쩌면 학교 선생님들이 딱 귀찮아할 타입의 학생이기도 했다.
그런 질문을 하면 다 받아주는 선생님을 만나지도 못했을뿐더러
그리 적극적이지도 않던 나였기에 어쩌면 그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 후에 대학교에 가서도 어림없이 나는 느린 아이 였다.
그저 아빠가 가라던 대학교에 가고, 별 꿈이 없던 나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삶의 속도가 날 리가 없었다.
괴로웠다.
어느 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늦은 시기에 무언가에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무언가에 도전을 했고,
결국 내가 하려는 일을 찾긴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숙제는 끊임없이 주어졌다.
누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숙제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취업과 결혼 등 끊임없이 꼬리를 잇는 질문들 말이다.
지금 결혼 시기인 나에게 또 결혼이라는 질문이 계속 오가는것처럼 말이다
그 숙제들이 늦어도, 혹은 굳이 하지 않아도 사실 삶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던가.
삶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오히려 그 고민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나는 굳게 믿어야 하며 믿으려 노력한다.
그러니 뭐든, 인생의 숙제든 어떤 것이든
조금 늦어도 괜찮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내 속도를 그리며 나아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