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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브 Mar 04. 2022

강압적인 일상의 반복

번아웃, 반복이 아닌 재개, 재시동

한국에서 일할 적에 몸무게가 7kg 이상이 빠졌다. 이런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져본 건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매일매일이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복되는 리듬, 5시 50분에 첫 알람 소리가 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씻고 화장을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가면 약 6시 15분, 3분 정도 자전거를 몰고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6시 21분. 7호선을 타고 1호선을 타고 5호선으로 갈아타서 회사에 도착하면 8시 출근 완료. 경기도인으로써 출퇴근 지하철에서 흘러가는 약 3시간가량의 시간 동안에는 드물게 책을 읽거나 멍하니 창밖 풍경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유튜브 자기 계발 영상을 보거나 혹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끊임없이 내리거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저녁을 먹고 청소기를 돌리고 씻고 침대에 누우면 10시 20분 정도. 오늘 저녁만큼은 글을 쓰리라, 책을 읽으리라 생각하지만 잠깐 인스타그램 보다 보면 12시. 주말 중 하루 정도는 늦잠을 잔다. 일요일 저녁에는 출퇴근 지하철과 퇴근 후 짬짬이 시간을 이용한 자기 계발 계획을 작성해본다. 이런 리듬으로 2년 반 정도를 보냈다.


유튜브에는 끊임없이 자극적인 자기 계발 영상과 20대, 30대에 집산 썰, 부동산, 경매 투자 영상이 올라온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실패는 사람들이 반드시 하는 5가지 행동. 매력적인 사람들이 반드시 가지고 있는 특징. 솔깃해서 영상을 보다 보면 자괴감이 든다. 자기 전에 노트에 끄적거려본다. 이번 주는 반드시 퇴근하고 이거 공부하고 저거 읽고 그걸 보러 가야지.


이것도 알아야 하고 저것도 배워야 하고 이 카페도 가봐야 되고 저 여행지도 가봐야 된다. 내가 원치 않는 것들이더라도, 흥미가 없던 것이라도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이라면 또는 일명 '힙'하다는 건 뒤처지기 전에 재빨리 해봐야지, 가봐야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적인 것들이 만들어낸 그럴싸한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다. 외부에 것을 빌려와 몸에 더덕더덕 붙이고 이 몸이 다 가려질 때쯤 이곳에 내가 완전히 적응했고 사회에 온전히 받아들여졌다 착각한다.   


어느 순간 퇴근 지하철에서 끊임없이 되뇌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아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에 진전이 없다. 깊이도 없다. 배부른 생각이다. 너무 예민한 성격 탓이다. 먹고살기 바쁘면 그런 생각할 틈도 없다. 모두가 힘들다. 모두가, 제한해야 되는 게 너무 많다. 부끄러운 것도 너무나 많다. 점검해야 될 것도 너무 많다.


되찾고 싶은 것이 있다. 벅차오르는 감정.


비록 나라는 사람은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고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때때로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은

자연을 볼 때, 멋진 작품을 볼 때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느끼는

감정만큼 벅차니


이 것을, 느끼는 것을

표현해야 되겠다고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그 아름다운 진리들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일지 모른다


모두가 소리치지 않아도

내가 소리쳐야 할 만큼

벅차오른다


반복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이다. 반복한다는 것은 같은 사이클을 돌고 도는 것이 아니다. 반복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는 것이다. 매번 새롭게 자신을 다짐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의 '반복'은 재개, 재시동 그리고 재생(Re-nouveau)이다. 벅차오른다는 것은 새롭게 시작되는 무언가의 신호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벅차오른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벅차오르는 것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 없다. 그저 버닝 Bunring 또는 번인 Bunr-in 자신 내면에 아직 꺼지지 불씨에 다시 조금씩 땔감을 주어가며 불타오르게 하면 된다. 불씨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벅차오르는 불씨가 존재한다. 그저 영양공급받지 못해 약해졌거나 동굴 어딘가에 숨겨져 있거나. 이 불씨를 찾으려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면 된다. 깊게 호흡하고 꿈틀거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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