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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브 Aug 11. 2022

프랑스 소도시에 사는 7가지 이유

내가 파리가 아닌 프랑스 브레타뉴 지역 소도시에 6년 동안 살고있는 이유

프랑스에 산지 유학기간을 합쳐 6년이 되어간다. 모두들 프랑스에서 지낸다고 하면 "파리에서 살아?"라고 당연한 듯 물어보지만 "아니 캥페르에 살아"라고 대답한다. 그럼 이렇게 다시 되물어본다. "캥페르가 어디야?" 

지난 글 "나의 아름다운 도시 캥페르"에서 의도치 않게 내가 사는 도시가 조금 부정적으로 묘사된 것 같아 이번에는 우리 동네 자랑도 조금 하는 김에 왜 내가 왜 프랑스의 소도시에서 6년이나 살고 있는지, 프랑스 소도시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혹시 유학 또는 외국에서 정착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이 정착하는 도시를 선택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며 프랑스 소도시들이 모두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니 이 점을 고려하여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1. 프랑스 소도시는 크게 변화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새로운 가게가 하나 생기면 동네가 들썩인다. 몇 달 전에 우리 동네(나는 자주 동네라고 부르지만 캥페르는 어엿이 프랑스 Bretagne 지역에 Finistère주에서 그나마 큰 도시에 속한다.)에 첫 버블티 가게가 생겼는데 몇 주 동안 줄이 끊이지 않았고 모두들 거리에서 버블티를 들고 다녔을 정도니 이곳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유명한 카페나 맛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한국 음식점이나 한인마트는 물론 없다. 

분명 내 성격 자체가 내향적이고 집순이인 데다 사람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사람 많고 변화가 잦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와 더 잘 맞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유명하고 세련된 카페나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자주 가는 동네 닭발집에서 친구와 소맥 하는 걸 더 즐겼으니 말이다. 


대신 확실한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는 로컬들의 오래된 가게들이 있다. 지역마다 조금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로컬들이 자주 가는 가게라고 텃세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외국인을 신기하게 보거나 환영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몇 번 가서 안면을 트다 보면 혼자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갈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장소가 된다. 물론 바캉스 기간을 제외하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한번 문제가 생기면 다시 가기 껄끄러워진다는 단점이 있겠다. 



2. 프랑스 소도시는 이벤트가 많이 없다. 대신 자연이 있다.

파리나 리옹(Lyon)처럼 큰 도시나, 캥페르보다 조금 더 규모가 있는 옆 동네 렌느(Rennes)나 낭트(Nantes)만 봐도 콘서트나 페스티벌,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항시 있는 편이지만, 캥페르 정도의 소도시는 그만큼 다이내믹하지 않다. 그나마 우리 동네는 여름 바캉스 기간에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여름 페스티벌이나 콘서트가 있는 편이지만 겨울로 갈수록 점점 더 할게 없어진다. 그래서 페스티벌이나 전시를 보러 차나 기차를 타고 옆 도시에 가기도 한다. 


그러면 도대체 이 도시 사람들은 일 말고 무엇을 하며 즐기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자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랑스 소도시의 위치와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프랑스 브레타뉴 지역은 프랑스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변이 바다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름과 겨울 모두 비교적 기온이 온화하기 때문에 여름 바캉스 시즌이 되면 이곳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프랑스 사람들도 이곳에서 바캉스를 보내러 올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나로서는 문화충격 수준이었던 게 있다고 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바다에 간다. 주말에 점심 먹고 바다 가고, 쉬는 날이 있으면 바다 가고, 날씨 좋으면 바다 가고, 피크닉 하러 바다 가고, 심심하면 바다 가고, 파티하러 바다 가고, 일 끝나고 쉬러 바다 간다. 바다에 가서 수영도 하고 서핑도 즐기지만 그냥 산책하고 멍 때리러 바다에 가기도 한다. 바다 근처에 드물게 하나씩 술집이나 레스토랑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바다 근처에 가게가 줄지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거의 바다만 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면 숲에 가서 버섯을 캐러 가기도 하고 캠핑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 연인들의 데이트나 가족과의 나들이는 보통 자연과 함께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귀었던 프랑스 남자 친구와 했던 데이트 루틴이 바다 또는 숲 가기 > 집에서 저녁해 먹기 > 영화보기였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 이곳에 살면서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의 만성비염이 조금 호전되었다.


3. 여유 있고 친절한 사람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사는 소도시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 있다. 이곳에서 보통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서서 한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갑작스러운 대화를 시작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파리에 친구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간단히 장을 보려고 마트에 갔을 때 캐시어가 느리다며 소리를 치던 아주머니를 보고 "오 역시 대도시는 어느 나라를 가던 빨리빨리인가 보다" 하고 새삼스레 놀랐다. 


며칠 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 맥주 칸에서 오랫동안 고민을 하던 중 한 아저씨가 와서는 "맥주 고르기 어렵지, 나도 매번 어렵더라고, 난 도수 높은 맥주는 싫더라, 한 4에서 5도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 그렇지 않아?"라고 말을 걸었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길거리에 느리게 걷는 사람들을 앞질러 가지도 않는다. 보통 주말에 장이 열리면 사람들이 한 장소에 바글바글 몰리는데, 사람들 틈 사이로 요리조리 앞질러 가지 않고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한 물결처럼 걷는다.(물론 바쁜 사람들은 당연히 앞질러 가겠지만...)

그리고 칭찬과 인정에 매우 후하다. 길거리를 종종 걷다 보면 내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오늘 입은 옷이 멋지다며 칭찬해주는 할머니를 만나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있다 보면 단순히 이야기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별거 아닌 거에 좋은 말이 넘처난다. 프랑스 길거리에서는 대도시던 소도시던 돈을 구걸하는 노숙자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노숙자라고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구처럼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이게 꽤나 인간답다 느껴진다. 예전에 친구랑 웃으면서 한 얘기가, 혹 언젠가 내가 노숙자가 되더라도 파리 노숙자는 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4. 비교적 안전하다.

이곳에 오래 사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점이라면 캥페르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다. 때때로 친구들과 저녁에 파티를 하고 밤에 걸어서 혼자 집까지 걸어갈 일이 생기는데, 캥페르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혼자 가는 게 위험하지 않냐, 남자인 친구가 집까지 동행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곳에 산지 몇 년 된 친구들은 이런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냥 "집 도착하면 문자 하나 남겨줘~"정도. 

나도 이곳에서 6년을 살았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프랑스 소도시들이 다 안전하다는 말은 절대 절대로 아니다. 옆동네 Brest에 살던 지인이 저녁에 집에 돌아가던 중 모르는 남자에게 겁탈당할 번한 적이 있었기에 외국인으로서, 여자로서(부당하게도) 어디에서든지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5. 아는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다.

이게 큰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반드시 내 친구의 친구와 아는 사이고 전 남자 친구에 동창이거나 친구의 사촌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브레타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브레타뉴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브레타뉴로 돌아온다"이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서 학업이나 직업을 가졌더라도 몇 년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확실히 내 주변에도 이 도시 출신 친구들이 많다. 쭉 이곳에서 지냈거나 결국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친구들이다. 나랑 같이 사는 친구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쭉 이곳에서 살았는데, 같이 길을 걷거나 바에 가는 일이 생기면 무슨 연예인처럼 모두와 인사하고 비주(bisous)한다. 때때로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된 인간관계가 편안하기도 하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폐쇄적이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이곳에서 예술학교를 졸업했는데 이 지역 아티스트들끼리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더 작은 소도시에 함께 정착해 (거의) 예술가 도시를 만들기도 했다. 

브레타뉴는 1547년까지 독립국이었고 자신들만의 언어가 따로 있었을 만큼(여전히 몇몇 어르신들은 이 언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프랑스와는 구분되는 강한 지역적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 연합의 분위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한번 인간관계가 꼬이면 조금 곤란하기도 하겠다 싶다.


6.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하다

파리와 같은 큰 도시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생활비가 저렴하다. 먼저 동네가 작기 때문에 보통 어디든 1시간 이내로 걸어서 갈 수 있다. 교통수단으로는 버스가 다인데 (지하철도, 트램도 없다) 한번 탑승할 때 1.50유로이다. 종종 프랑스에는 주말에 공짜로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들이 있는데 캥페르 역시 주말에는 교통비가 무료! 파리에서 보통 지하철이나 버스 티켓 1회권을 끊으면 1.90유로인걸 비교하면 먼저 교통비부터 저렴하다. 


월세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보통 이곳에서 스튜디오나 Colocation(여럿이서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것) 월세가 대략 300유로-450유로가 평균적인 것 같다(이것도 최근 오른 가격). 파리에서는 보통 외곽이라 하더라도 정말 저렴한 월세가 500유로부터 시작해서 1000유로가 훌쩍 넘는 곳도 많다. 그럼에도 집 크기는 훨씬 작다. 우리나라 서울과 지방 월세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집값이 저렴하다.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이 이것인데, 최근 코로나 이후 파리 사람들이 지방에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훌쩍 뛰어버리긴 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평범하게 200-250만 원 정도를 버는 20,30대 월급쟁이도 충분히 부분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좀 더 저렴한 편이다. 


생활비 면에서도 말해보자면, 웃기게도 파리처럼 다양한 레스토랑이 생기고 사라지는 건 아니고 보통 아는 레스토랑이 거기서 거기라 매번 외식을 하기보다는 보통 집에서 밥을 해 먹기 때문에 레스토랑 지출비가 적고 이벤트나 콘서트가 많이 없으니 문화생활 비용을 아낄 수 있다(왠지 장점이 아닌 것 같다... 눈물). 식재료 비용도 비교적 미세하게 저렴한 편이다. 아, 물론 한 가지 간과하지 않아야 할 지출이 있다면, 브레타뉴는 술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만큼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날씨 좋으면 모두 테라스에 나와 맥주를 마시는 문화 때문에 음주에 지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패스. 그래도 맥주 한잔 값은 파리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나는 보통 프랑스 도시의 물가 차이를 케밥으로 가늠하는데 우리 동네에 케밥 메뉴 세트(케밥+감자튀김+음료수)가 5유로에서 6유로 정도인데 비해 다른 동네에서는 7유로-9유로까지도 가는 곳이 있다.


7.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이점은 솔직히 프랑스의 대도시나 소도시냐를 떠나 개인의 업무와 시간관리 및 라이프 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겠지만 비교적 평화롭고 조용한 소도시인만큼 혼란스러운 외부의 소리가 덜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올해 프랑스에 돌아오면서 캥페르에는 한 두 달 있다가 조금 더 큰 도시로 이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내 하루에 대부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이곳에 거점을 두고 이곳저곳 이동하는 게 경제적 면이나 작업 면에서도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려 이곳에 여전히 눌러앉아있다. 최근에 파리에 다녀오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할 것 만고 사람도 많고 즐겁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너무 많은 자극이 있었다는 것이다. 19살까지 한국 도시에서 살았고 유학을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울에서 일했기 때문에 사람 많고 할 것 많은 장소에 당연히 익숙해야 하겠지만 캥페르에 살다 종종 파리 같은 큰 도시를 가면 "어휴 사람 너무 많네"라고 종종 한숨을 쉬며 "아 빨리 캥페르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중얼거린다. 확실히 이곳에서는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없기도 하고 이 조용한 도시에 할 것이 없는 날에는 보통 개인적인 일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활동적이고 다이내믹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소도시 정착은 비교적 추천하지 않는 바이다. 종종 주변에서 작은 도시에 답답함을 느끼고 떠나는 경우를 많이 보기도 했고 다양한 일자리가 부족한 편이기에 프로페셔널적인 경험을 쌓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자연이 있는 지방이나 시골에서 사는 것을 희망했던 편이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곳을 희망했기에 나에게 프랑스 소도시 캥페르에서의 생활은 꽤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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