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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브 Jul 20. 2022

프랑스와 한국의 연애 차이

"사랑해"라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최근 오랜만에 파리에 살고 있는 한국 친구를 만났다. 둘 다 20대 삼분의 이 가량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냈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의 삶부터 시작해 프랑스인들의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공감하며 오랜만에 속쉬원한 대화를 했다. 그중 흥미롭다고 느꼈던 주제가 바로 프랑스인들의 연애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썸을 지나 공식적인 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고백이 필요하다. "나 널 좋아해/사랑해" 라던가 "우리 사귈래"라는 고백을 함으로써 서로가 동의한다면 '연인'의 자격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 자격은 곧 '서로서로 좋아한다'라는 말로 보통은 해석된다. 


다만 프랑스인들은 사귀고 있다는 것이 서로를 좋아한다/사랑한다로 바로 해석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연인이라고 말하기까지 대부분 꽤나 오랜 시간을 둔다. (물론 이 글은 '사람마다, 관계마다 다르다'를 전재로 깔아 둔다.) 2-3년을 사귀었지만 한 번도 연인에게 사랑해라는 고백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귀고는 있지만 서로를 '연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만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사람/친구로서 좋아하는지, 정말 자신의 사랑으로 여기는지 그리고 미래를 함께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판단하는데 꽤나 이성적으로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인들은 썸이 길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거랑은 좀 다르다. 그들에게는 사귐과 사랑의 감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해, 사랑 해이 외에도 다양한 사랑의 표현이 있듯 프랑스에서도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표현이 존재한다 : Je t'aime/ Je tiens à toi / je t'adore /je t'apprécie / Tu me plaît 등. 프랑스어를 모른다고 해도 대부분 그 뜻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프랑스 문장'Je t'aime'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비해 프랑스 사회에서 매우 쉽게 사용되는 문장은 아니다. 


서로 좋아하고 있다 해서 바로 Je t'aime이란 문장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굳이 사랑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커플들도 있고 이 문장을 그리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프랑스인들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Je t'aime은 자신이 상대방을 진정으로 연인으로 인정했을 때 하는 명확하고 확실한 궁극의 사랑 고백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자신의 연인에게 Je t'aime(사랑해)이라고 말했을 때 돌아온 상대방의 대답이 같은 Je t'aime(사랑해)이 아닌 그 외의 je tiens à toi 나 je t'adore 또는 moi aussi(나도)등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상대방은 아직 Je t'aime을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해 와 사랑해란 표현의 무게가 살짝 다르긴 하다지만 Je t'aime은 장황하고 로맨틱한 사랑의 표현들과 비교해도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진 최종의 사랑고백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Je t'aime라는 문장을 연인에게 말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기사를 참고해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프랑스 인들이 Je t'aime을 자신의 연인에게 사용하기까지 보통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또는 그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공식적인 연인'(couple officiel)이란 말을 들으면 유명한 연예인이 매체에 자신의 연애관계를 발표하는 말처럼 보이겠지만 프랑스에서는 일반인도 자주 이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자신이 커플인 것을 주변 지인에게 말할 때 "나 oo이랑 사귀어"라고 말하고 이것은 곧 "oo와 oo는 커플 사이다"라고 바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프랑스에서는 "나 oo랑 사귀어어"라고 말하면 "나 oo랑 커플이야"라고 바로 해석되기 애매하다. 그래서 몇 개월, 몇 년의 사귐을 가지고 서로를 진정으로 연인으로 인정했을 때 "나 공식적으로 oo이 랑 커플이 되었어"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귄다 즉 우리는 커플이라는 사귐=커플 공식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사귀고 있는 중에도 내가 이 사람을 진정으로 aimer(사랑하다)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계속해서 묻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귀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상대방의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서로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강요하거나 원망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사귄다는 것은 바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런 문화배경에서 동거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동거란 결혼을 전제한다기보다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기 위한 당연한 단계로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사귄 연인이 같이 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하게 보는 경우도 있다. 서로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 라는 개념인 것 같다.


그들에게 헤어짐은 반드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가 아닌 "너와는 계속 함께 할 수 없어"인 경우가 더 맞는 것 같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연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를 스스로에게 또는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들의 연애방식이 꽤나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에 언급했듯 사람마다, 관계마다 너무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글이 어쩌면 클리셰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스치는 독자들이 가지는 사랑, 연인의 대한 개념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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