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다시 보는 남자 #6
밤 새,
비가 퍼붓더니 아침해가 고개를 슥내민다. 반쯤 열어놓은 창문에서 탄산수 같이 청량한 바람이 들어왔다. 오늘은 알람 비명을 듣기 전에 자연 기상이다. 일찍 일어난 자신이 대견스러워 오늘은 사치 좀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푸석푸석해진 팔다리를 늘려 기지개를 켜고 냉장고 신선칸에 쌓여 있는 칡즙 한 봉지를 빈 속에 흘려보냈다.
일찍 출근해 회사 앞 카페에서 여유 부리고 가기 좋은 아침이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 어플을 펼쳤더니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노래가 기다리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를 든든히 채우고 카페에 앉아 노래 들으며, 시끌벅적했던지난 밤 사진과 글을 올린 SNS 친구들의 타임라인을 훑었다. 비가 내린 어제도 당신들은 신나는 밤이었군요. 하트 몇 개 날려주고 댓글도 주렁주렁 매달았다. 절반 정도 남은 커피를 들고, 회사 정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틈에 합류했다. 출근 전 커피 한 잔 여유에 나도 제법 나이스 한 직장인 같았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일상에 아침이 기분 좋게 데워졌다.
네로 할아버지 : 자 그럼 파트라슈가 더 기운 나게 고기 스프를 만들어주자꾸나.
네로 : (눈이 휘둥그레지며) 네? 고기 사 오셨어요?
고기가 들어간 스프라니… 진짜 맛있겠다.
할아버지 제가 물 떠 올게요!
네로에게 ‘고기가 들어간 스프’는 ‘저녁 있는 삶’이라는 어떤 정치인 슬로건보다 강렬했다. 네로는 기운 없어 쓰러진 파트라슈에게 고기 스프를 먹일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파트라슈는 뭉근하게 끓인 고기 스프를 싹싹 비우고 다시 기운을 차린다. 대단치 않은 일상이지만 밀도 높은 만족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덩달아 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의 청량한 날씨, 푸석하지 않은 피부 상태, 딱 맞춰 도착하는 버스, 아침 출근 시간 우연히 바라본 시계의 오전 7시 7분의 느낌,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은 적당한 업무, 왠지 잘 만져진 헤어스타일...
이런 사소함은 일상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네로에게 고기 스프가 그랬고, 나에게 오늘 아침의 여유가 그랬듯. 하루에 하나 정도는 이런 사소한 기분 좋음이 있다.
삶이 어처구니없다고 느끼는 순간에,
적어도 하나쯤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