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인생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안녕'이란 인사말은 우리나라 정도에만 있는 특이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만날 때도 '안녕'이라 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한다. 세계 대부분의 언어권에서는 영어의 하이(hi), 굿바이(good bye)처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그 둘을 구별해서 쓰는 편이 오해의 여지도 없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우리말의 이런 모호한 특성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만날 때도 안녕, 헤어질 때도 안녕.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 다시 재회를 하더라도 안녕이다. 자신의 곁을 오랜 기간 떠났다 돌아온 상대에게 해줄 말이 없을 때 단순하게 '안녕'하고 말할 수 있는 나라의 말을 써서 좋다.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남자 셋 여자 셋'이란 시트콤에 '안녕맨'이라는 캐릭터(김진)가 있었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빠짐없이 '안녕'이란 인사를 건네서 그렇다.
당시 어떤 여자애 하나가 내게 그 안녕맨과 비슷하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겉모습이 닮았다는 건 아니었고(어쨌거나 김진은 무려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닮았다는 거였다. 처음 본 사이에 할 수 있는 말, 혹은 원래 알던 사이라도 그날 처음 봤을 때 할 수 있는 '안녕'이란 말만큼 내게 좋은 말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그 말을 참 많이도 썼다.
대학 신입생 시절에는 '안녕'으로 나를 놀리던 무리도 있었다. 남학생만 있던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대학의 영문학부는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8:2였다. 특히 초반에는 여자애들을 보는 게 좋기는 한데 뭔가 얘기를 나누거나 같이 어울리기는 좀 어색했다.
그러던 차에 3명으로 이뤄진 여자애들 그룹이 내가 낯을 가리는 걸 알고는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네들은 내 팬클럽을 자처하며 강의실이나 캠퍼스에서 나를 마주치면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안녕'을 남발했다. 그러면 내가 우물쭈물 멍청하게 '안녕'을 하는 걸 보고는 재밌어하곤 했다.
3명 중에 2명은 확실히 주부가 된 걸로 알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누구였는지, 주부가 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