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my body and heart

찌질한 생각 - 내 몸과 맘을 만져줘

by 거짓말의 거짓말

내 뱃속에 나비들이 있어(I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


넌 내 눈 속의 사과야(You are the apple of my ey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어 표현이다. 해석하자면 위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뜻이고, 아래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란 뜻이다. 실제 영어권 사람에게는 '앵두 같은 입술'처럼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재미있는 표현들이다.


'터치(touch)'와 '무브(move)'라는 영어 동사도 좋다. 두 단어의 대표 뜻은 '만지다'와 '움직이다'이다.


두 동사를 앤드(and)를 써서 나란히 배열하면 무브 앤 터치, 혹은 터치 앤 무브가 된다. 전자는 연인 사이에 적합하고(움직이고 만지다), 후자는 헨타이스럽다(만지고 튄다). *헨타이는 변태라는 뜻


두 동사의 대표 뜻도 좋지만 나는 다른 뜻을 더 좋아한다. 터치와 무브는 각각 수동태로 쓰여 '가슴 뭉클해지게 하다' 혹은 '감동시키다'는 뜻을 갖는다. (두 동사 모두 5가지 이상의 뜻을 갖는데 뜻에 대한 호불호가 아닌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경우라면 나한테 넘버원은 당연히 '만지다'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I was deeply moved by her touch(나는 그녀의 손길에 깊이 감동 먹었어.)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살면서 점점 더 'touched'하고 'moved'하는 일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나름 생각해 본 결과, 이유는 크게 '처음의 상실'과 '역치의 상승' 정도인 것 같다.


나이를 먹는 것이 슬픈 이유는 몸과 맘이 늙고 닳아서도 있지만, 점점 더 '처음'을 겪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 처음으로 5만 원이 넘는 밥을 먹고, 처음으로 여자애랑 길을 걸으며 손을 잡고 하는 건 평생에 한 번뿐이다. 그 뒤에 똑같은 걸 해도 무브와 터치의 정도는 전보다 덜 하다.


무슨 일을 하든 '전에 해본 것'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에 대한 역치도 높아진다. 처음에는 손만 스쳐도 심장이 뛰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게(?) 스쳐도 감흥이 별로 없어지게 된다. 터치의 강도를 높여도 같은 일을 반복하면 자극은 줄어든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사람이 살면서 처음이 아닌 것은 없다는 말도 사실이다.


가령 내가 어제 영희와 손 잡고 오늘 수정이랑 손을 잡았다고 해도, 수정이와 손을 잡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또 어제 수정이랑 뽀뽀하고 오늘 수정이라 또 뽀뽀를 해도 '뽀뽀'라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오늘 수정이와 한 뽀뽀는 내 평생에 걸쳐 다시없을 한 번뿐인 뽀뽀, 처음 하는 뽀뽀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에브리 모멘트가 다 처음일 수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Out of toch out of love. 만질 수 없으면, 사랑도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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