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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ug 07. 2022

진실의 방으로

책 <팩트풀니스>

<사실충실성>은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손꼽히는 책이다. '팩트 폭격'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말하는 '팩트'가 진짜 '팩트'일까? 이것을 고민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질문들이 필요한지를 책에서 발췌해보았다.


가장 최신의 사실인가

-인류의 85%가 소위 선진국에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겨우 9%가 저소득 국가에 산다

-오늘날에는 75%에 이르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세계 인구의 6%에 해당하는 13개 나라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안에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1단계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1863년의 스웨덴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산다


내가 생각하는 사실이 진짜 사실일까? 이 책에서 접하는 진짜 '사실', '진실'들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그동안 믿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모래성 같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쯤은 알았다. 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세계가 전체의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단계에 있으며,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의 궁핍함이 상상하는 것만큼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까지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뉴스를 열심히 찾지 않는 나에게 들어오는 뉴스란, 자극적이고 강렬한 사실들 뿐이기 때문이다.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대부분의 세계에 대해서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울 수 있었다.


그냥 공포인가, 진짜 위험인가

공포보다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도 좋았다.


-사람들은 방사능을 피해 도망쳤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1,600명은 탈출 과정 또는 탈출 후에 사망했다. 이들은 대개 노인이었고, 피난 그 자체나 대피소의 삶에서 오는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었다. 한마디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였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 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 있다. (중략) 겁에 질린 사람들은 수백만명이 설사로 죽고 해저가 수중 사막으로 변해갈 때 지진이나 항공기 사고 또는 보이지 않는 물질에만 집중하기 쉽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결핵으로 똑같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사람보다 8만 2,000배나 많은 주목을 받은 셈이다.


언론에서 많이 주목한다고 가장 주목해야 할 위험인 것이 아니라는 내용도 좋았다. 코로나 시국에서 코로나보다 훨씬 큰 위험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주목하지 못하는 사회가 늘 안타까웠다.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보다 진짜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보는 것이 '그저 공포에 불과한 것인지, 진짜 위험이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전문가판단을 아웃소싱한 것은 아닌가

-전문가는 자신이 선택한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난 거의 모든 활동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후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한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가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사람은 그 전문성을 활용할 곳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전문가는 더러 어렵게 얻은 지식과 기술을 본래의 활용 영역을 넘어선 곳에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수에 집착하고, 기후 활동가는 틈만 나면 태양에너지 강조한다. 의사는 예방이 더 나을 법한 경우에도 치료를 장려한다.

-훌륭한 지식은 해결책을 찾는 전문가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중략)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다.


전문가의 훌륭한 지식이 훌륭한 해결책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대해 알 수 없기에, 특정 분야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에 의존하곤 한다. 나는 그 역시 '아웃소싱'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인과 해결책이 과연 하나일 것인가

-나는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이라 부른다

-평등이라는 단순하고 멋진 개념은 모든 문제가 불평등에서 초래되니 불평등에 늘 반대해야 하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원 재분배에 있으니 항상 자원 재분배를 지지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은 나쁜 동시에 좋을 수도 있다

-세상을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미숙아라고 가정해보자. 아기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안 좋아 호흡, 심장박동 같은 중요한 신호를 꾸준히 관찰하며 아기를 보살핀다. 일주일이 지나자 상태가 훨씬 좋아진다. 모든 지표에서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 계속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아기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알려지지 않은 성공 이야기가 인류의 무지 목록에 있다.

-인류의 다양한 발전과 더불어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도 놀랍도록 개선됐다. 이처럼 좋아진 언론 보도 자체가 인류 발전의 표시이지만, 그 덕에 사람들은 정반대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지한 평판. 무지한 우리의 부끄러운 뒷말들

나는 최근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윗선의 지시사항을 듣고, 이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에 대한 아주 상반되는 평판을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지시사항을 내려서 이에 반박하려다 참았다는 나의 말에, 한 사람은 '잘했어. 그 사람은 자기 지시를 반박하는 말을 들으면 마음에 두었다가 더 크게 갚아줄 사람이야'라고 대답했다. 다른 한 사람은 '그 사람은 다른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네가 하고 있는 생각을 말해도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놀라웠다. 내가 느낀 것으로 그 사람을 감히 단정 짓기는 어렵겠구나. 남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을 알기도 어렵겠구나. 내가 오늘 말한 사실들 중에서도 꽤 많은 거짓이 있었겠구나. <사실충실성>의 책장을 덮고 많은 생각에 잠긴 나는 오랫동안 부끄러운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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