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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솔 Apr 19. 2024

위로

침묵의 오후

바람은 

고층빌딩 위로

구름을 물어다 놓고 사라진다

흰 구름 사이사이 하늘은

시월  

   

오랫동안 두 사람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오후의 태양이 어둠을 몰고 올 즈음

생각이 난 듯 여자는 라디오를 켠다

막, 시작하는 방송의 시그널 음이 흐르고 

두 사람의 공간은 더 고요해진다

풀리지 않는 매듭을 쥐고 

종일 말 없던 그들의 창으로 

주홍바람이 들어와 앉는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검붉은 하늘이 펼쳐진다 

붉은빛이 길어 올리는 어둠 속으로

선곡된 첫 곡이 흐르자

창문을 닫으며 남자가 말한다

재클린의 눈물이네,

오펜바흐의     


탁, 

여닫이 창문이 닫히는 소리에

잠깐 하늘이 흔들린다

고여있던 설움이 뭉게뭉게 일어난다

묶여있던 매듭이

흩어지는 구름처럼 헐거워진다

유연한 두드림의 틈새로

오후 여섯시의 뭉클함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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