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집과 오래된 꽃집이 어깨를 맞댄 곳
움츠린 사람들 좁은 어깨 위로 눈발이 날리는
열여섯 살 허기진 저녁 귀갓길
빵집 앞을 지나서 꽃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꽃내음보다 짙은 빵 굽는 냄새가 옷깃 당기는데
양동이 수북한 국화 다발이 웃음 건넨다
손에 쥔
한 송이 꽃으로 채워지는
풋풋한 충만함에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국화빵 냄새
회색빛 하늘도 저물어가던 거리도 환해진다
희미한 전등 아래 저녁 짓는 엄마에게
국화 송이 내밀었다
이 겨울에 꽃이라니
엄마는 국화꽃에 가시가 돋을 만큼 나무랬다
외면당한 꽃송이 위로
뜨거운 이슬
툭,
꽃향기 눈물 속으로 사라지고
그 밤
눈발은 꽃잎인 양 펑펑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