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혜솔 Apr 24. 2024

국화꽃 사던 날

눈물꽃

국화빵집과 오래된 꽃집이 어깨를 맞댄 곳

움츠린 사람들 좁은 어깨 위로 눈발이 날리는

열여섯 살 허기진 저녁 귀갓길

빵집 앞을 지나서 꽃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꽃내음보다 짙은 빵 굽는 냄새가 옷깃 당기는데

양동이 수북한 국화 다발이 웃음 건넨다      


손에 쥔

한 송이 꽃으로 채워지는

풋풋한 충만함에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국화빵 냄새

회색빛 하늘도 저물어가던 거리도 환해진다  

   

희미한 전등 아래 저녁 짓는 엄마에게

국화 송이 내밀었다

이 겨울에 꽃이라니

엄마는 국화꽃에 가시가 돋을 만큼 나무랬다     


외면당한 꽃송이 위로

뜨거운 이슬

툭,

꽃향기 눈물 속으로 사라지고

그 밤

눈발은 꽃잎인 양  펑펑 쏟아져 내렸다


이전 16화 가던 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