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혜솔 May 01. 2024

*세체니 다리를 건너며

글루미 선데이

어둡고 스산했던 부다페스트의 겨울

눈발을 몰고 온 아침은 희끗희끗 어둠을 털어내고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난

나는 어둑한 강변길을 걷는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검은빛

춤추듯 하강하는 눈송이 속에서 시간은 멈추고

무채색 영상이 일렁인다
    글루미 선데이   

  

강물을 바라보지 말아야 해

저 강물은 영화 속 인물들을 집어 삼킨

마법의 선율을 기억해 내고 있는 중이야

일로나와 안드라스, 사보와의 사랑엔

물 주름이 가득해

그 시대의 암울함이 소용돌이 치고 있어  

   

왜 죽음의 사유들은 이곳에 머물렀을까

사랑과 죽음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건너던 다리

언뜻 희미한 햇살이 스친다

죽음을 행복으로 유혹했던 선율이 흐르듯

강물이 말을 걸어온다      


오늘은 목요일

그래, 

일요일은 아직 오지 않았어

그들의 비극을 나는 아직 모르는 거야     


터널을 빠져나오듯 타인의 삶에서 내게로 돌아오는 

풍경은 하얗게 젖어있었다

빠르게 

세체니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강에 놓인 다리.     

이전 18화 살아지는, 사라지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