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혜솔 May 06. 2024

삼종기도

면회 가는 길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난 새벽 

다시 잠들지 못하고 집 안을 살핀다 빈자리가 많다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음반 한 장 챙겨 들고 자동차를 몰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속도만큼 어둠은 사라지고

얼마나 달렸을까 하늘이 붉어지며 차오르는 그것, 문득 

밀레의 ‘만종’이 떠올랐다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낯선 도시의 군부대 앞, 코끝이 시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뛰어나온 이등병의 어린 시선은 

먼저 빈 하늘을 향한다 넘쳐흐르는 것을 삼키려는 듯    

 

엄마의 독립을 축하해요!

눈시울이 붉어지며 큰소리로 웃는다

공유했던 많은 날들이 흩어지는 소리 

공허한 웃음 속으로 스며드는 마음이 시리다   

  

고단할 때는 속으로 노래를 불러요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요

칼라보노프의 음반을 건네주고 돌아서 오는 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가던 길 멈추고 서서 

고개를 숙여야만 할 것 같은

붉은 노을 앞에 떠오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이전 20화 소란한 행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