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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솔 May 10. 2024

그녀

또 다른 그녀가...

  

창가에 앉아 맥없는 웃음 짓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먼 곳을 응시한 초점 잃은 두 눈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낯설지 않은 다른 여자가 앉아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다며

가슴을 치던 그 여자 웅크리고 앉아있다

힘없이 웃는 그녀에게서 빠져나와

그 웃음 뒤에 가라앉은 생각들을 꺼내본다  

   

한동안 말을 잃고 기차를 타게 되겠지

한적한 시골 어디쯤 저수지 둑에 앉아 울먹일 거야 

혼자라는 생각이 짙어질수록

세상의 끈을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몰라  

   

분주하게 먹이를 물어 나르며 

안부를 주고받는 새들의 모습을 보면서

퍼뜩, 스치는 낯익은 얼굴들이 떠오르겠지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의무를 소홀히 한,

가슴을 치며 황급히 일어서는 그녀

검게 타버린 마음 한 겹 벗어 던지고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잊었어요, 잠시

하며 서둘러 돌아올 거야


그렇게 따뜻한 눈망울로

돌아올거야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또 다른

그녀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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