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풀 사이로 용담 꽃송이 파랗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일어섰다 남들이 없는 것을
나는 가졌노라 으쓱대며 풀밭을 나오는데
팔 다리가 따끔따끔하다
아아, 작은 꽃송이 보려고 내가
짓밟고 들어 선 영역은 주인이 있는 곳
뒤늦은 후회도 사과도 소용없다
머플러에, 스웨터에, 털 장화에
촘촘히 가시가 돋은
한 마리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마른 풀들 사이로 꽃은 파랗게 웃고
그 꽃을 지키던 수비병들
도깨비 같지 않은 모습으로 꼿꼿하다
길 건너 깔깔대고 달려오는 파도소리
찌푸린 눈 들어 하늘을 본다
파랗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유혹의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