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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May 15. 2024

파랑, 유혹에 당하다

마른 수풀 사이로 용담 꽃송이 파랗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일어섰다 남들이 없는 것을

나는 가졌노라 으쓱대며 풀밭을 나오는데

팔 다리가 따끔따끔하다

아아, 작은 꽃송이 보려고 내가

짓밟고 들어 선 영역은 주인이 있는 곳

뒤늦은 후회도 사과도 소용없다

머플러에, 스웨터에, 털 장화에

촘촘히 가시가 돋은

한 마리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마른 풀들 사이로 꽃은 파랗게 웃고  

그 꽃을 지키던 수비병들

도깨비 같지 않은 모습으로 꼿꼿하다

길 건너 깔깔대고 달려오는 파도소리

찌푸린 눈 들어 하늘을 본다

파랗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유혹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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