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는 여자가 그 안에 있단다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고 동백아가씨를 부르던 그 여자
구성지고 애절한 여자의 목소리는 어린 나를 홀렸다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어도 여자는 대답 없이 노래만 불렀다
엄마가 싱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노래 부르는 여자, 그 안에 산단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전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던 네모난 그 집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며
늘 설레게 했다
비가 내린다
낡은 턴테이블이 돌아가며 주룩주룩 빗소리를 낸다
오래된 음반들 사이에 머물렀던 어린것
먼지를 탈탈 털고 달아난 지 수 십년
다시 말을 걸어볼 그 여자의 집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자의 노래를 즐겨듣던 엄마도 없다
그런데 그 여자,
묵은 시간 속에서 걸어 나와
많은 사람들 앞에 섰다
나를 홀렸던 그 목소리보다 화려한 무대가 돋보이는
또 다른 집, 언제부턴가
그녀는 그곳에 살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을 훔쳐보던 나는
이제
그녀의 노래를 즐겨듣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