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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May 17. 2024

그 여자가 사는 집

노래 부르는 여자가 그 안에 있단다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고 동백아가씨를 부르던 그 여자

구성지고 애절한 여자의 목소리는 어린 나를 홀렸다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어도 여자는 대답 없이 노래만 불렀다

엄마가 싱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노래 부르는 여자, 그 안에 산단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전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던 네모난 그 집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며

늘 설레게 했다  

   

비가 내린다

낡은 턴테이블이 돌아가며 주룩주룩 빗소리를 낸다

오래된 음반들 사이에 머물렀던 어린것

먼지를 탈탈 털고 달아난 지 수 십년

다시 말을 걸어볼 그 여자의 집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자의 노래를 즐겨듣던 엄마도 없다     


그런데 그 여자,

묵은 시간 속에서 걸어 나와

많은 사람들 앞에 섰다

나를 홀렸던 그 목소리보다 화려한 무대가 돋보이는

또 다른 집, 언제부턴가  

그녀는 그곳에 살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을 훔쳐보던 나는

이제

그녀의 노래를 즐겨듣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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