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솔안나 May 22. 2024

펑 펑

오래전 그 날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잠시 정신을 놓았다 단 몇 초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스물아홉 해 그날

나는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 시간, 나를 낳아준 엄마는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생하지 못했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일상에서 멀어진 공간으로 이동하며

소리 없이 울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아무도 없던 그곳에선

마구 터져 나올 줄 알았던 울음이 달아났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꽁꽁 묶여있던 끈이 풀려버렸다

고여있던 어둠이 흘러나갔다 그리고는

느낌 없는 슬픔이, 아쉬움이, 나를 짓눌렀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서른도 안 된 내가

엄마를 대신해야 할 것들로 머리는 옥죄어왔다

펑펑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없어졌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오자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전 27화 마음을 깎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