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붉은 나무 아래 무성하게 풀이 돋았다
햇살을 흩뿌리며 풀이 흔들릴 때
말랑한 여름이 터지고 후두두둑 비가 내린다
무덤가로 흐르는 빗물
손바닥에 나무 한 그루 섰다
고운 기억이라곤 없는 저 세상의 엄마
손바닥 한 가지를 차지하고 앉았다
지나는 소나기에 붉게 물든 옷을 입고
미처 따지 못한 열매들이 쪼그라들 즈음
높은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칠월은
빨갛게 익어서 설움 받고
곱지 않은
내 손바닥에 들어와
엄마는 더 서럽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