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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Jun 03. 2024

보리수

여름날

붉은 나무 아래 무성하게 풀이 돋았다

햇살을 흩뿌리며 풀이 흔들릴 때

말랑한 여름이 터지고 후두두둑 비가 내린다

무덤가로 흐르는 빗물     


손바닥에 나무 한 그루 섰다

고운 기억이라곤 없는 저 세상의 엄마

손바닥 한 가지를 차지하고 앉았다

지나는 소나기에 붉게 물든 옷을 입고   

  

미처 따지 못한 열매들이 쪼그라들 즈음  

높은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칠월은

빨갛게 익어서 설움 받고     


곱지 않은 

내 손바닥에 들어와 

엄마는 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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