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여는 순간
신발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너
적막한 집안의 그림자처럼
종일 혼자였던 너의 시간이 묻어난다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사뿐사뿐,
눈이 마주치자 부르르 떠는 꼬리
손등을 슬쩍 문지르고 지나간다
돌아서서 다시 손가락에 뺨을 부비며
하품을 한다
혼자 있었던 시간의 보상이라도 요구하는가
툭, 툭, 건드리며 반응을 살핀다
놀아줄 수 있냐고?
종이 한 장 구겨서 집어던지자
재빠르게 뛰어가 입에 물고는
조용한 구석으로 늠름하게 걸어간다
사냥이라도 한 듯 으스대는 꼴이라니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소리가 없는 너,
폭신하거나 부드러운 곳은 모두 너의 영역
나는
그런 너를 구속하지 않는다
너는 탐욕도 없고 급함도 없고 소란하지도 않으며
가끔 내 시야에서 벗어나
나를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관찰자의 자리로 돌아가
두리번거리는 나를 지긋이 내려다본다
아주 높은 곳에서
그런 너를 발견하고서야
마음이 놓이는 나
너보다
내가 더 외로웠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