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혜솔 May 09. 2024

삶의 모든 색

이것이 내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삶의 모든 색』

어린이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다.

아기 그림책을 빌리러 갔다가 나의 인생책을 가지고 왔다.


노르웨이 작가/화가 리사 아이사토의 그림 에세이 '삶의 모든 색'  

우리 삶의 다양한 단계를 아름다운 색채와 시적인 글로 표현한 두툼하고 큰 그림책이다.

전시회에 다녀온 후 화보집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뭉클하면서도 울컥하는

장면과 글들이 눈에 띈다.

작가는 이 책의 구성을 여섯 단계의 삶과 색으로 표현했다.


아이의 삶

순수함과 호기심, 상상력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대부분 푸른색이 묻어있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은 마치 하늘처럼 맑고 푸른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아이의 삶이 푸른빛만은 아닐 것이다. 슬픔과 어려움도 경험하게 된다. 두려움도 있다.

다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또한 세상은 불공평하기도 하고 그래서 싸워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사 아이사토는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고 매혹적으로 묘사했다.

이의 삶을 아름답고 소중한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여름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기억하나요?    
그 겨울이 얼마나 더 새하앴는지
높은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던 새들이었고
저 깊은 바닷속의 수호자들이었어요.

        " 하지만 당신이 그 시절에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소년의 삶

어떤 날은 힘껏 반항하고 싶었어요


꿈과 모험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소년 시절의 이야기는 어떤 색일까.


아이 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하게 된다. 

기쁨, 슬픔, 분노, 사랑, 우정, 후회 등 삶의 모든 감정들을 느끼면서 소년의 삶은 더욱 풍부해진다.









때때로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으로 보였어요.



소년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며, 결국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찾게 된다.


아이사토는 소년의 삶을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함으로써, 삶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글은 단호한 모습의 그림과 함께 보이기도 한다.

       "당신이 당신의 날개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의 삶

사랑, 우정, 좌절, 성장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며 이 시기의 삶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감정을 폭넓게 조명한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날일지도 모르죠

자기의 삶은 단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삶의 다양성과 풍요로움, 복잡성과 변화무쌍함을 나타내는 깊고 풍부한 울창한 숲으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후의 삶은 쉽지만은 않다. 서로 보폭을 맞춰야 할때도 있다.


 사랑을 찾고 함께하며 겪어야 하는 갈등이나 모순, 역설등 다채로운 시기임이 분명하다. 짧은 글 한 문장에 그림하나가 주는 감동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부모의 삶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이를 낳아 기른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림 속에 나타난다.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사건들이 수북하다.


"누가 좀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 이 힘든 아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부모의 삶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 숙명인가 보다.




"혼자 있는 순간이 

황금같이 소중할 거예요."


이 그림과 글 역시 100% 공감이 간다.







            "그러나 가끔은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할 때도 있어요."















어른의 삶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와 평온을 이야기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탁,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 여행을 떠나는 모험적인 모습,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등 다양한 상황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어른의 삶이 풍요롭기도 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다양한 색들이 눈에 띈다.

밝고 어두운 색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아이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가요.

이 그림 하나로 많은 공감을 받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식 키우느라 몰랐을 젊은 날의 내 꿈이나 희망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껴질 즈음엔 힘들게 키웠던 자식들이 내 곁을 떠난다. 시원할 것도 같지만 참 가슴이 시린 순간일 게 분명하다. 나는 그럴 것 같다. 

어느새 우리도 늙어 가지요.



기나긴 삶

삶을 돌아보며 깨달음을 얻고 경험과 교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도 함께 표현했다. 평화로운 노년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자연의 아름다움 등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강조한다. 



손주들이 생기고 가족의 사랑으로 행복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불안함도 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안에 모든 삶을 담고 다시 돌아가요"

리사 아이사토는 삶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희망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라고



이 책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집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나의 삶은 매 순간마다 과연 어떤 색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현재 나의 인생은 뒷부분에 해당한다. 그래도 손주의 재롱을 보고 있는 행복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후의 흐름대로라면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는 그림책,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리사 아이사토는 노르웨이의 그림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아동문학가이다.

독특하고 환상적인 작품 스타일로 노르웨이 그림책界를 대표한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삶의 모든 색』은 노르웨이 북셀러 상 수상작이다.


이전 03화 시를 쓰고 싶은 날에 시를 읽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