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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May 16. 2024

나의 '어린 왕자'들

여행지에서 만나는 '어린 왕자'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생겼다. 바로 서점이다.

도시를 둘러보는 일정은 일단 걸어서 시작한다. 천천히 거리를 걷다 보면 서점이 간혹 눈에 띄곤 하는데 

유럽에서는 건물만 보고선 서점인 줄 모르고 지날 때가 많았다. 몇 백 년씩 된 오래된 건물에 눈에 띄지 않는 간판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서점을 발견하면 무엇엔가 끌리듯 들어서게 된다.

처음엔 그냥 책이 좋아서,  그 나라의 책을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둘러보곤 했다. 

도시의 서점은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할 수 있어 좋다.          


체코의 어린 왕자

언젠가 프라하 중앙역을 나오다가 역 내의 서점 진열대에서 낯익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였다. 표지의 그림만 보아도 내 책꽂이에 꽂혀있는 나의 책 같은 느낌.

체코어로 된 어린 왕자를 반가움에 그만 구입하고 말았다. 공원에 앉아 번역기를 돌려 읽어보기도 했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낯선 글자들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생택쥐페리의 책 '어린 왕자'의 위상을 실감했다. 


그 후로 나는 처음 가는 나라일 경우 내가 머무는 도시 어디에 서점이 있는지를 먼저 검색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서점에 들르는 일정부터 여행을 시작한다.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는 그렇게 내게로 오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어린 왕자


산토리니 이아마을에 있는 아틀란티스 서점에서 발견한 어린 왕자는 산토리니 섬을 빠져나오는 동안 배 안에서 다 읽어볼 수 있었다. 

8시간을 배 안에 있었으니 딱히 할 게 없던 차에 도형문자 같은 그리스어를 보는 재미가 괜찮았다.

러시아 글자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 배 안에서 오고 가다 나를 본 사람들은 아마 내가 그리스어를 무지 잘하는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어린 왕자

오슬로의 쇼핑몰 안 작은 서점에서 만난 어린 왕자도 여행 중엔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여전히 번역기를 돌려 틈틈이 들여다보는 재미가 신선했다.


생텍쥐페리는 사하라 사막에서 조종사로 활동 중 사고를 당한다.  사막에서 홀로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어린 시절 친구와 나누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왕자'를 탄생시킨다. 


작품 속 주인공 조종사는 사막에서 길을 잃은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순수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감동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튀르키예(터키)의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수채화 그림들과 함께 출판되었다. 그래서 작품에 더욱 풍성한 상상력과 감성이 더해진 것이 아닐까.


몇 해 전 이스탄불에 도착해 현지 여행사 직원을 만난 적 있다. 여행일정을 문의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사람에게 제일 먼저 부탁한 것이 서점을 안내받는 것이었다.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의 시집을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어린 왕자를 찾고 말았다. 


"모든 어른들은 한때 어린아이였어요… 하지만, 아주 소수의 어른들만 그걸 기억하고 있지."




일본의 어린 왕자

2019년도, TV 어느 방송사에서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행,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 있다.

거기서 인상 깊게 보았던 곳이 도쿄의 '크레용하우스'였다. 나는 그 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3일의 휴가를 내고 도쿄로 날아갔다. 작가였던 그곳 서점주도 만나보고 싶었다. 그렇게까진 하지 못했지만(워낙 바쁘신 분이라) 하루종일 그 서점 안에서 먹고 놀았다. 그리고 가져온 것은 역시 어린 왕자.

지금도 크레용하우스는 자주 생각이 난다. 

 '크레용으로 당신의 미래를 바꾼다' 단순한 서점을 넘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으로 오감이 즐거운 어린이 서점이다.

언젠가 다시 방문한다면 평화주의자인 작가님, 오치아이 게이코 꼭 만나고 싶다.


뉴욕과 파리에서 만난 어린왕자

내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어린 왕자는 지구라는 행성에 있는 한 권의 책이다. 그러나 책 속의

어린 왕자는 다른 별들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  어른들의 욕심과 허황된 삶에 실망하고,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왕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순수함과 상상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책을 펼침으로서 여행자인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프랑스 작가 생택쥐페리의 작품이지만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먼저 발행되었다.  2차 대전으로 인해  유럽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 발행 이후 프랑스어는 물론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순수와 맑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어느 나라 어느 서점엘 가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꼭 있어준 '어린 왕자'를 나는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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