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미시인의 <기향국수>
대륙에서 돌아온 남자가 국수를 삶는다
국수 그릇은 두 개
국수 그릇은 두 개
사랑은 기어이는 사랑을 못내 지나가야 할 터인데
한 여자를 오랫동안 등지지 못해
여백이 아주 많이 남아 있는 등을 돌리고
대륙에서 돌아온 기향씨가 국수를 삶는다
후루룩후루룩
후루룩후루룩
사랑은 기어이는 사랑을 뜨겁게 넘겨야 할 터인데
한 남자를 오랫동안 등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냥 그대로 놓아둔 적 있다
어떤 미련과 어떤 불안과 어떤 난처를
오늘밤 펄펄 눈은 나리고
어쩔 수 없이 국수를 삶는 등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서러운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