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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Oct 26. 2024

오셀롯Ⅱ

소리를 듣다/아마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당신은 최근 며칠간의 경험을 되새겼다. 오셀롯과의 첫 만남에서 느낀 놀라움, 나눈 대화들, 그리고 새를 치유했을 때의 감동까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생생했다.

이과수 폭포로 향한 여정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음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오셀롯은 숲 그늘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녕? 오셀롯"

당신이 다가가며 인사하자 오셀롯은 기운이 없어 보이는 눈빛으로 응답했다.

"어젯밤엔 사냥을 못했어요."

오셀롯이 당신을 바라보며 두 번 깜박였다.


당신은 배낭에서 비닐봉지에 든 육포조각을 꺼내 오셀롯 앞에 놓았다. 오셀롯은 한번 쳐다보더니 코로 냄새를 맡은 뒤 입으로 가져갔다. 당신은 조용히 앉아 오셀롯을 관찰하며 고양이를 대하듯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문지르며 쓰다듬었다. 그때 오셀롯의 목덜미엔 털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가죽 끈 목걸이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펜던트가 만져진다. 순간,


아아..... 물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검은 숲 너머로 폭포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흐르는 듯했다.

구름도 빠르게 지나가 숲사이로 하늘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며 지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당신은 오셀롯의 뒤를 따라 걸었다. 울창하고 어두운 숲이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오셀롯이 멈춰 섰다. 당신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것처럼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당신의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예요." 오셀롯이 말했다.

"당신은 자연의 수호자이자 우리의 대변인이에요."


손바닥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나무와 돌, 강줄기, 공기와 미세한 빛이 움직이는 듯했다. 그것은 어떤 가능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자, 이제 가볼까요? 보여줄 게 많아요" 오셀롯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 높이 솟아있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오셀롯의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걸음을 따라가며, 이 거대한 숲의 신비로움에 압도되었다.


"들리나요?" 오셀롯이 갑자기 멈춰 서서 묻는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곧 당신의 귀에 미세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의 속삭임, 새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무언가 더 깊고 슬픈 소리.


"매일 수백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있어요. 아마존이 망가지고 있어요." 오셀롯이 설명한다.

"아마존? 여기가 아마존이라고요? 이과수 지역 정글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놀라서 물었다.

 오셀롯의 눈이 당신 눈을 응시한다.


"아마존은 광활한 곳이에요, 인간들에 의해 개발되어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도 많아요, 브라질뿐만 아니라 페루,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아마존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알고 있죠?"


당신은 가슴이 아려온다.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다. 이 울창한 숲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이곳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어떻게 아마존까지 오게 되었을까, 당신은 믿기지 않았다.


"나무가, 나무가 울어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슬프게 우는 나무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낀 당신은 오셀롯에게 물었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에요. 다행히도 당신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당신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해요." 오셀롯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당신은 보았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어도 다들 알고 있는 일이잖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제환경기구도 있고 민간단체도 있고, 언젠가 TV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자연을 잘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고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뭐라고...


당신은 오셀롯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당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당신의 글이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러나 동시에, 당신은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능력이 당신에게 주어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밀림을 구석구석 개발하여 소도시를 만들면서 정글의 크기가 줄고 있다.




오셀롯과 함께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던 당신은 갑자기 거대한 나무 앞에 멈춰 섰다. 그 나무의 껍질은 상처로 가득했고, 당신은 그 상처에서 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수백 년을 살아왔어요, " 오셀롯이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을 품어왔는지 아세요?"


당신은 나무에 손을 대본다.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 수많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이 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과

그늘에서 쉬어갔던 동물들, 그리고

이 나무의 열매를 먹고 자란 생명들까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오셀롯이 침통하게 말한다.

"이 나무 하나가 사라지면,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사라지는 거예요."


당신은 가슴이 아파온다. 지금까지 오셀롯의 이야기를 들으며 밀림 속을 걷고 있다.

무엇인가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느끼는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다.

신비로움도 아니다.

무엇인가에 당신은 묶여 있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숨을 내 쉬거나 들이쉬곤 했던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오셀롯이 매듭을 풀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제야 당신은 자연의 소중함을, 자연의 순환, 생태계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오셀롯에게 물었다.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세요. 당신은 자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 목소리를 글로 담아 세상에 알려주세요." 오셀롯의 말을 듣고 당신은 대답한다.


"오셀롯, 내가 글로 써서 알리지 않아도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있고 아런 일들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는 기관들도 많아요. 누가 내 글에 신경이나 쓸까요?"


오셀롯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서운한 듯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희미하다. 하지만 단호하게 속삭인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달라요. 우리들의 마음을, 소리를 읽고 들을 수 있잖아요. 나의 사냥감들도 줄어들고 있어요. 인간이 던져주는 육포 같은 걸로는 결코 못살아요"


오셀롯의 말에 당신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수긍한다.

이 경험을, 이 감정을, 이 깨달음을 모두 글로 옮기기로, 당신의 펜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보기로 말이다. 그저 당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만 기록하여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아마존은 숲을 개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훼손되기 시작했어요. 최근 몇 년간 산불이 발생하면서 더욱 심각해졌고요." 오셀롯은 걸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순간 당신은 궁금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셀롯!" 오셀롯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과수에서 어떻게 아마존으로 왔나요? 여기가 아마존이면 마나우스나 벨렘 또는 페루 쪽으로 가더라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오셀롯은 돌아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한다.

"그게 당신에겐 중요한가요?" 당신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오셀롯은

"나에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 한 당신도 이곳 자연의 일부분이니까요."





당신은 오셀롯과 함께 강변에 도착했다. 강물은 탁하고 오염되어 보였다. 멀리서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불법 광산의 소리예요." 오셀롯이 슬픈 눈으로 말한다.

"수은으로 강물이 오염되고 있죠."

아마존강돌고래/내셔널 지오그래픽


갑자기 물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아마존 강돌고래다. 그 순간 당신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이 사라지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당신의 가슴이 무거워진다. 오셀롯이 당신을 바라보며 무언가 확인시켜 주듯 말한다.

"이제 알겠죠? 우리가 왜 당신을 찾았는지. 이곳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우리 같은 동물, 그리고 식물들까지 갈아엎고 있다고요. 아마존에서 내뿜는 산소량이 줄고 이산화탄소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 보세요."


숲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인간이 망치고 있다니

인간을 위해서일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분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옳고 그름을 깨닫는 순간, 늦었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때가 가장 빠른 때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당신은 오셀롯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셀롯이 인간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펜을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나무들의 아픔,

동물들의 절규,

자연의 경고... 모든 것을 담아내보자 생각한다.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오셀롯이 그제야 미소를 짓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아마존은 더욱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숲이 파괴되면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신은 오셀롯의 설명 하나하나 메모를 하며 아마존의 소리를 듣는다.




오셀롯과 함께 정글 깊숙한 곳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셀롯이 갑자기 나뭇가지 위로 날렵하게 뛰어오른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부드럽고 우아했다.


"이리 와봐요, 인간!" 오셀롯이 장난기 어린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여기서 보면 숲이 더 잘 보여요."

저렇게 높은 곳을 내가 어떻게 올라가지? 당신이 망설이자 오셀롯은 머리를 아래로 내밀며 말한다.

"농담이에요. 인간은 도구 없이 이렇게 못 올라오죠."

그러더니 오셀롯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진다.

"하지만 진심으로, 당신이 더 넓은 시야로 이 숲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주변을 둘러본다.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고, 이국적인 꽃향기로 코끝이 간지럽다.

머리 위로는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발밑에서는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원숭이 울음소리,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끊임없이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들...

당신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오셀롯은 거대한 삼나무 앞에 멈춰 섰다. 그 나무는 마치 시간의 증인처럼 서 있다.

"이 나무는 천 년을 살아왔어요, " 오셀롯이 말한다.

"그동안 이 숲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죠."


당신이 나무에 손을 대자, 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이미지가 흘러들어온다.

울창했던 숲이 점점 사라지고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타오르는 숲의 모습.


"이건..." 당신이 충격에 빠진다.

"미래예요, " 오셀롯이 슬프게 대답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미래죠."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일어날 미래를 보았다. 알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일까 생각한다.

"오셀롯,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신이 오셀롯에게 또 묻는다.

오셀롯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한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당신은 그 교감을 통해 사람들에게 직접 자연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요."


그래, 자연과 인간 사이의 다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 

그것이 최선일 것 같았다. 당신은 오셀롯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멀리서 굉음이 들려온다. 벌목기의 소리였다.

당신은 나무들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소리에 당신의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

"우리가 저들을 멈춰야 해요, "

당신이 흥분해서 말한다. 오셀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우리의 목적은 그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이해시키는 거예요."


나무 하나가 쓰러지면 그와 연결된 모든 생태가 쓰러지는 것이다.

서식지를 잃는 생명들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 아마존이 쓰러지는 것이다.

당신은 깊은숨을 내쉰다. 그리고 벌목 현장으로 향한다.

이제 당신은 자연의 대변인으로서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곳엔 거대한 기계들이 나무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내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하고 있다.

당신은 깊은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눈을 감고 주변의 자연과 교감한다.

순간, 당신의 몸에서 부드러운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원숭이들이 놀라 달려온다.

작업자들도 놀라 작업을 멈춘다.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본다.


"여러분, 들리십니까?" 당신이 부드럽게 말한다.

"나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십니까?"


작업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때 당신의 능력이 발현되어, 그들에게

쓰러진 나무들의 고통이 전달된다. 한 작업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이... 이게 무슨 소리죠? 누가 아픈 거예요?" 그리고 두리번 거린다.


"아마존 숲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숲이 파괴되면 물 부족, 토양 침식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여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집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가 아마존 숲의 중요성, 그리고 이 숲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그들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연의 목소리가 실려 그들의 마음을 울린다.

점차 작업자들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눈에서 두려움과 깨달음의 빛이 보인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죠?" 한 작업자가 중얼거린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진정한 힘이었다. 자연의 소리였다. 직접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자연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오셀롯이 당신 곁으로 다가와 미소 짓는다.

"잘했어요. 이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거예요."




다음 주 오셀롯 3부로 마무리합니다. (오셀롯의 정체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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