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당신은 최근 며칠간의 경험을 되새겼다. 오셀롯과의 첫 만남에서 느낀 놀라움, 나눈 대화들, 그리고 새를 치유했을 때의 감동까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생생했다.
이과수 폭포로 향한 여정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음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오셀롯은 숲 그늘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녕? 오셀롯"
당신이 다가가며 인사하자 오셀롯은 기운이 없어 보이는 눈빛으로 응답했다.
"어젯밤엔 사냥을 못했어요."
오셀롯이 당신을 바라보며 두 번 깜박였다.
당신은 배낭에서 비닐봉지에 든 육포조각을 꺼내 오셀롯 앞에 놓았다. 오셀롯은 한번 쳐다보더니 코로 냄새를 맡은 뒤 입으로 가져갔다. 당신은 조용히 앉아 오셀롯을 관찰하며 고양이를 대하듯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문지르며 쓰다듬었다. 그때 오셀롯의 목덜미엔 털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가죽 끈 목걸이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펜던트가 만져진다. 순간,
아아..... 물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검은 숲 너머로 폭포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흐르는 듯했다.
당신은 오셀롯의 뒤를 따라 걸었다. 울창하고 어두운 숲이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오셀롯이 멈춰 섰다. 당신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것처럼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당신의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예요." 오셀롯이 말했다.
"당신은 자연의 수호자이자 우리의 대변인이에요."
손바닥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나무와 돌, 강줄기, 공기와 미세한 빛이 움직이는 듯했다. 그것은 어떤 가능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자, 이제 가볼까요? 보여줄 게 많아요" 오셀롯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 높이 솟아있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오셀롯의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걸음을 따라가며, 이 거대한 숲의 신비로움에 압도되었다.
"들리나요?" 오셀롯이 갑자기 멈춰 서서 묻는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곧 당신의 귀에 미세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의 속삭임, 새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무언가 더 깊고 슬픈 소리.
"매일 수백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있어요. 아마존이 망가지고 있어요." 오셀롯이 설명한다.
"아마존? 여기가 아마존이라고요? 이과수 지역 정글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놀라서 물었다.
오셀롯의 눈이 당신 눈을 응시한다.
"아마존은 광활한 곳이에요, 인간들에 의해 개발되어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도 많아요, 브라질뿐만 아니라 페루,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아마존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알고 있죠?"
당신은 가슴이 아려온다.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다. 이 울창한 숲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이곳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어떻게 아마존까지 오게 되었을까, 당신은 믿기지 않았다.
"나무가, 나무가 울어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슬프게 우는 나무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낀 당신은 오셀롯에게 물었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에요. 다행히도 당신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당신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해요." 오셀롯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당신은 보았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어도 다들 알고 있는 일이잖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제환경기구도 있고 민간단체도 있고, 언젠가 TV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자연을 잘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고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뭐라고...
당신은 오셀롯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당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당신의 글이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러나 동시에, 당신은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능력이 당신에게 주어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밀림을 구석구석 개발하여 소도시를 만들면서 정글의 크기가 줄고 있다.
오셀롯과 함께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던 당신은 갑자기 거대한 나무 앞에 멈춰 섰다. 그 나무의 껍질은 상처로 가득했고, 당신은 그 상처에서 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수백 년을 살아왔어요, " 오셀롯이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을 품어왔는지 아세요?"
당신은 나무에 손을 대본다.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 수많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이 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과
그늘에서 쉬어갔던 동물들, 그리고
이 나무의 열매를 먹고 자란 생명들까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오셀롯이 침통하게 말한다.
"이 나무 하나가 사라지면,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사라지는 거예요."
당신은 가슴이 아파온다. 지금까지 오셀롯의 이야기를 들으며 밀림 속을 걷고 있다.
무엇인가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느끼는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다.
신비로움도 아니다.
무엇인가에 당신은 묶여 있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숨을 내 쉬거나 들이쉬곤 했던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오셀롯이 매듭을 풀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제야 당신은 자연의 소중함을, 자연의 순환, 생태계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오셀롯에게 물었다.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세요. 당신은 자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 목소리를 글로 담아 세상에 알려주세요." 오셀롯의 말을 듣고 당신은 대답한다.
"오셀롯, 내가 글로 써서 알리지 않아도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있고 아런 일들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는 기관들도 많아요. 누가 내 글에 신경이나 쓸까요?"
오셀롯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서운한 듯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희미하다. 하지만 단호하게 속삭인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달라요. 우리들의 마음을, 소리를 읽고 들을 수 있잖아요. 나의 사냥감들도 줄어들고 있어요. 인간이 던져주는 육포 같은 걸로는 결코 못살아요"
오셀롯의 말에 당신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수긍한다.
이 경험을, 이 감정을, 이 깨달음을 모두 글로 옮기기로, 당신의 펜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보기로 말이다. 그저 당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만 기록하여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아마존은 숲을 개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훼손되기 시작했어요. 최근 몇 년간 산불이 발생하면서 더욱 심각해졌고요." 오셀롯은 걸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순간 당신은 궁금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셀롯!" 오셀롯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과수에서 어떻게 아마존으로 왔나요? 여기가 아마존이면 마나우스나 벨렘 또는 페루 쪽으로 가더라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오셀롯은 돌아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한다.
"그게 당신에겐 중요한가요?" 당신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오셀롯은
"나에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 한 당신도 이곳 자연의 일부분이니까요."
당신은 오셀롯과 함께 강변에 도착했다. 강물은 탁하고 오염되어 보였다. 멀리서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불법 광산의 소리예요." 오셀롯이 슬픈 눈으로 말한다.
"수은으로 강물이 오염되고 있죠."
아마존강돌고래/내셔널 지오그래픽
갑자기 물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아마존 강돌고래다. 그 순간 당신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이 사라지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당신의 가슴이 무거워진다. 오셀롯이 당신을 바라보며 무언가 확인시켜 주듯 말한다.
"이제 알겠죠? 우리가 왜 당신을 찾았는지. 이곳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우리 같은 동물, 그리고 식물들까지 갈아엎고 있다고요. 아마존에서 내뿜는 산소량이 줄고 이산화탄소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 보세요."
숲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인간이 망치고 있다니
인간을 위해서일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분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옳고 그름을 깨닫는 순간, 늦었다고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