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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Nov 02. 2024

오셀롯Ⅲ

시크릿

야노마미 소년이 활을 든다

하늘과 맞닿은 나무들 사이로

새의 깃털이 떨어지고

그의 발자국 아래 흙은 촉촉하다

수천 년을 이어온 숨결처럼

이파리 사이로 스며드는 빗물처럼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 소리

쇠로 만든 괴물이 숲을 먹어가는 소리에

부족의 노인이 긴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오늘도

야노마미 아이들은 강가에서 웃고

여인들은 카사바를 갈아

마니오카 가루를 만들고  

비록 상처투성이일지라도

자연은 그들의 터전

아마존은 여전히 살아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한

이 숲의 심장은

영원히, 영원히 뛸 것이다

             

활은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을 대표하는 모습이지만 당신은 소년을 본 적은 없다. 오셀롯의 말에 의하면 아마존 정글에서 활을 든 소년의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상징한다.   

자연을 보호, 보전해야 하는 중요성의 첫 문장으로 당신은 소년을 선택해 시를 써 내려갔다.




비행기에 오르며, 당신은 이과수에서의 경험을 되새겼다. 오셀롯과의 만남, 새를 치유했던 순간, 아마존에서의 외침까지. 모든 것이 꿈만 같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생생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서서히 멀어지는 밀림의 나라를 벗어나며 당신은 오셀롯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이 세상에는 당신이 아직 모르는 많은 비밀이 있어요.'

그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당신은 이 여정이 끝이 아닌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당신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밀림 속의 웅장한 폭포가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순간, 숲 속에서 노란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상상이었을 것이다.

'이과수의 마법은 네 안에 있으니까.'

오셀롯의 말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신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오셀롯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듣던 맹그로브 숲이 있는 강이 떠올랐다.

                                             

당신은 그날 벌목꾼들과 헤어진 뒤,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에 초조했었다. 더구나 오셀롯, 오셀롯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하느라 땀을 흘려도 더운 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이 커져 힘들었다. 그때가 아마존강 하구 쪽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 당신은 더 참지 못하고 오셀롯에게 물었다.

"오셀롯, 당신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우린 어떻게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죠?" 오셀롯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오셀롯,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고 얘기해 줘요. 나의 역할이 아무리 중요한들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정글 속을 헤매고 다니는 건 내가 너무 힘들어요."

 오셀롯은 자연과 생태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며 당신을 안내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강 하구가 나타났다.

오셀롯이 강가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맹그로브 나뭇가지 위에 폴짝 뛰어올라 앉았다. 당신도 그 앞에 굵은 나뭇가지 위에 앉았다. 오셀롯이 당신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존 강 하부 생태보존구역의 맹그로브뿌리위의 재규어와 탐험가/내셔널 지오그래픽


"난 야노마미 부족의 숲에서 태어났어요. 우리 부족은 나를 '달빛의 아이'라고 불렀죠. 내 털빛이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났거든요. 나는 자유로웠어요. 아이들과 뛰어놀고, 나무를 타고,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았죠.


하지만 어느 날, 낯선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왔어요. 그들은 나를 '특별한 고양이'라며 쇠창살 안에 가뒀죠. 도시의 집에서 목줄을 차고 살았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회색 빌딩들이 내 영혼을 옥죄었죠.

난 탈출을 해야 했어요.


탈출에 성공했지만, 돌아온 아마존은 달라져 있었어요. 기계들이 숲을 파괴하고, 강물은 탁해졌죠. 나는 알았어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가 사라질 거라는 걸.

그때 당신을 느꼈어요. 멀리 다른 나라에 있는 당신을. 당신의 영혼이 우리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이과수까지 왔어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나는 야생 오셀롯이지만 야노마미 부족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았던 그들의 고양이 오셀롯이거든요. 그 부족민들의 소박한 삶 속에 우주로 흐르는 영혼을 가진 분이 있었어요. 나를 가장 사랑해 준... 그분이 돌아가실 때 나는 그분 옆에서 몇 날 며칠을 먹지 않고 잠만 잤어요. 함께 죽으려고 했었나 봐요.

부족의 아이들이 나를 살렸어요. '오셀롯, 네가 없으면 우리도 없어'라고 외치면서 나를 깨웠어요. 그때 한 아이의 소리를 듣고 눈을 떴죠. 그때부터 나의 뇌리에 걸려드는 느낌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던 거예요. 돌아가신 분이 내게 연결해 준 능력인걸 느낄 수 있었죠.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당신이 이과수로 온 것도, 우리가 만난 것도. 우리는 함께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해요. 아마존의 눈물을, 지구의 신음을, 그리고 우리가 아직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덧붙여서..."


오셀롯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신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곧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셀롯, 아마존에서 며칠이 지났는지 나는 모르겠어요. 할 일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알았다는 듯 오셀롯은 자기 이야기를 계속한다.


당신이 근처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곳은 이과수의 그 호텔부근이었어요.

그날 밤은 유난히도 달이 밝았지요. 이과수의 물보라가 달빛에 반짝이며 은하수처럼 퍼져나갔죠. 폭포 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울렸고, 간간이 밤새들의 노래가 들려왔고요.


당신은 호텔 발코니에 기대어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때 나는 건너편 숲 속에 있었어요. 달빛 아래 나의 털가죽이 은은하게 빛났을 거예요. 야노마미 부족이 저를 '달빛의 아이'라고 부르던 그때처럼, 그러나 당신은 문을 닫고 방 안으로 사라졌어요. 다음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나는 발길을 재촉했어요, 분명 당신도 폭포를 보러 나올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었죠."


오셀롯을 만난 폭포로 가는 길목의 숲


비행기의 진동에 눈을 뜬 당신은 한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땅은 이미 남미가 아닌 것 같다. 푸른 대양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간간이 보이는 섬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꿈이었나...'

당신이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청자켓 주머니에서 뭔가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노란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모양의 작은 펜던트와 가죽끈 목줄이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언제...?'

당신은 혼란스러워하며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가죽 끈의 감촉이 느껴졌다. 가볍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게.

당신은 조심스레 목줄을 코끝으로 가져갔다. 숨을 들이마시자 이과수의 습기와 열대 나무의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향기와 함께 오셀롯과의 만남, 새를 치유했던 순간, 폭포의 웅장한 모습과 울창한 아마존 숲, 아마존강돌고래의 울음소리 등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당신의 손가락이 가죽 끈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손끝에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정글에서의 일들이 다시 깨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당신에게 아마존의 일부분밖에 보여주지 않았어요. 곳곳에서 불법 채굴이나 불법 벌목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 때문에 지역에서 온순하게 살던 사람들이 망가지고 있고요. 아마존의 숲이 울고, 강이 울어요. 숲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불안해해요. 오염된 강물 속의 어류들도 죽어가요. 이 생태계가 망가지면 지구가 위험해요.


기후 온난화는 너무 온순한 말이 되었죠. 기후 위기도 경계의 말이고요, 그걸 넘어 이젠 기후 붕괴의 지점에 와 있어요. 이 모든 것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사람들이 아마존을 찾곤 하죠. 그러나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일반인들에게 심각성이 전해지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내보내는 자료나 영상은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인 거죠.


내가 여러 번 말했어요, 당신은 자연의 고통스러운 소리를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는 연결자라는 것을. 당신은 그것을 이용해야 해요. 이제 그걸 느꼈다면 더 여기서 지체할 필요는 없어요. 돌아가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찾도록해요.

나를 한 번 안아주세요. 그리고 목 줄을 빼 주세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당신은 멈칫했었다. 그러나 오셀롯의 이야기는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은 오셀롯의 목을 안고 울었다. 그리고 천천히 목줄을 끌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당신이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은 호텔의 침대 위에 있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 경험은 분명 현실이었다. 오셀롯의 목줄을 꼭 쥐자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당신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이과수의 경험이, 아마존의 탐험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 당신의 삶을 바꿀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당신은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오셀롯의 말대로 당신 안에 잠든 능력을 어떻게 깨우고 사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능력으로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당신은 알고 있다. 더 이상 예전의 당신이 아니라는 것을.

가죽 끈을 주머니에 넣으며 당신은 미소 지었다. 정글에서의 경험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놀라운 모험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자, 당신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고마워, 오셀롯. 이제 내 차례군."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 너머로, 당신은 아마존의 푸르른 숲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그리고 우리의 유일한 집인 이 지구를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기다려, 세상아. 내가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에필로그

오셀롯은 평범한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의 목줄이 당신에게 있으니 더 이상 오셀롯은 당신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오셀롯의 몫까지 누군가에게 당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알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오늘도 글을 쓴다.

환경시 공모전 요청을 받는다.

당신이 산책하는 숲 속에선 나무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신은 4년에 걸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를 다섯 차례나 다녀왔다. 이과수 숲에서 꽈띠라는 너구리처럼 생긴 동물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서로 싸웠는지 피투성이가 된 놈도 있다. 먹이 때문이었을까 생각했다. 그 후로 종종 떠오른 '자연 속에서의 생존'이란 주제가 마음을 찌를 때가 많았다. 생각만으로 뭉쳐있던 그것을 오셀롯을 통해서 조금 꺼내어 놓는다.


https://youtu.be/QI9K6sXLeqo?si=08ek-T96Z_3594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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