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그것은 침묵의 색을 귀 기울여 듣는 일이다
깊은 일렁임을 그리는 바다가
제 심장소리와 함께 뛰어온다
떠 다니는 작은 기억처럼
무심히 열어 보이는 파란 하늘
그 푸름을 빨아들이는 구름 사이로
빛은 고요하게 쏟아진다
출렁이는 하늘과 지중해의 빛이
그러데이션을 이루는
경계 없는 반짝임을 잊을 수가 없다
어제의 햇살을 담고 잠들었던
언덕 마을의 하얀 벽
태양은 영원의 그림자를
파란 지붕 위에 그려놓는다
나는 그 모든 색을 모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둔다
푸른색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 깨닫는다
모든 푸름은 떠남과 그리움의 중간쯤
누군가의 가슴에 맺히는 것임을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슬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것임을
그렇게 스치는 것은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침묵의 색을 귀 기울여 듣는 일이다
# 작가노트
올해 초 산토리니섬에서 발생한 잦은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지진의 공포로 대규모 대피가 이루어졌고, 그리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몇 년 전 산토리니 섬에서 혼자 조용히 바라보았던 푸른 컬러를 생각했다.
하늘, 바다, 지붕 그리고 흰 벽들이 모두 어우러져 푸르게 다가왔던...
고요한 희망을 서글프게 품고 잠시 머물렀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