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숨

작은 변화

by 혜솔

도시의 아침은 손에 쥔 일회용 컵으로 시작된다.
커피 향 속에 익숙한 편리함이 오고 가는 리, 동료에게 받아 든 고마운 커피 한 잔,

빨대 끝에 머문 마지막 한 모금 목에 넘긴 순간, 저 멀리 파도 속에서 등을 다친 거북 한 마리가
가만히 눈을 감는다.

자동차 키가 돌아가고 도시는 회색 숨을 토해낸다.
손끝으로 넘긴 작은 화면 속, 사라지는 것들 거북을 삼키고 말없이 지나간다.
화면에서 눈을 떼고 신호등 앞에 섰다. 길 건너 텀블러를 든 낯선 이의 손이 햇살에 잠시 멈춰 서 있다.

조용한 실천이 말없이 걷고 있는 길, 들고 있던 빈 컵 속의 침묵이 묻는다.

편리함의 끝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어디에 있는가,

손안에 들려있는 세계는 또 어디인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느 쪽인가, 하나둘 떠올려 보라


그래, 이제 다른 길을 걸어야지

흙 묻은 손으로 텃밭의 이랑을 고르고 무심히 쌓였던 편리함을 걷어낸 자리에 새 숨을 심는다.
자전거 페달을 밟자 도시는 숨을 고르며 색을 바꾼다.

푸른 숨이 돌아가 이웃의 따뜻한 인사에 다정한 미소로 한다
쩌면
불편함이 열어둔 틈 사이로 희망이 지개를 켜고 있는 것일까
낡은 시간을 흔들고 바람이 지나가면
바람은

말라 있던 땅에 초록의 생명 소담하게 피워리니.



#작가노트


텃밭을 하며 깨달음이 많은 날들이다. 남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 나 혼자만의 철학은 통하지 않는다.

친환경도 말로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 나의 노력도 타인에게 공감을 주어야만 한다.

최소한의 약을 치며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거리엔 일회용 커피잔들이 출렁이며 걷고 있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미처 챙기지 못한 텀블러를 남의 손을 보고 아차! 하고 깨우친다.

아직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일, 아주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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