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창밖으로
정갈한 누군가의 텃밭이 보인다
고구마 심긴 밭고랑에
까치 세 마리
속삭이듯 검은 날개로
대지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보슬비가 내린다
호박꽃은 어쩌자고
그리도 노랗고 환한 지
허공에 마음을 털어놓는다
잠시 세상에 빛을 비추는 일도
왜 이렇게 눈물 젖은 고백이어야 할까
옥수수나무 끝
꽃술에서 떨어지는 빗물
하얀 나비 한 마리
날개를 접었다 폈다
비의 그물에 갇혀
날갯짓마다 길을 잃는다
누군가의 흔들리는 마음처럼, 불안하다
얕은 웅덩이를 드나드는 참새들
그들은 지금
세상의 첫 호흡을 배우듯
똠방촘방 생의 리듬을 연습한다
나는 창문 뒤에 서서
그 생의 풍경에 발이 묶인다
비는 내리고
시간은 흐르면서도, 고여 있다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세상에 젖어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상처도, 피움도, 다정함도
모두 물의 길 위에서
스치듯 자라는 것처럼
#작가 노트
비는 아픔을 씻기 위해 내리고 씨앗은 젖은 흙 속에서 숨을 쉰다
한 방울의 물이 꽃을 피우고,
상처의 껍질을 천천히 열게도 한다
우리의 생도 모두 물의 길을 따라 고요히 피어나는 것처럼.
비내리는 창밖 풍경을 생명과 회복의 흐름으로 묘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