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찔끔 샜어요"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해준 말

요시다케 신스케의 그림책 <오줌이 찔끔>

by 혜솔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요즘 로리에게 딱 맞는 그림책이다. 요시다케 신스케의 그림책 <오줌이 찔끔>을 읽어 주고 난 후 로리와 나는 눈만 마주치면 찡긋 웃는 일이 많아졌다.


작가 요시다케 신스케는 아이의 일상에서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순간을 포착해, 웃음과 공감으로 확장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다. <오줌이 찔끔>에서도 그는 아이의 몸과 마음이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사실을, 설명 대신 이야기로 들려준다.

책 속 아이의 하루에는 어른이 쉽게 말로 꺼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말하기 민망하고, 들키고 싶지 않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 이야기 속 아이는 오줌을 누기 전에도, 누고 난 뒤에도 계속 '찔끔' 새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엄마에게 또 야단을 맞은 어느 날이다. 아이는 찔끔한 팬티 위에 바지를 입고 마를 때까지 돌아 다니려 밖으로 나간다. 바지를 위에 입었으니 아무도 찔끔했다는 걸 모를 거라고 자신을 도닥이는 아이. 그러면서 아이는 세상을 향해 묻기 시작한다. 어른에게도, 친구에게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뭔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가 묻는다.


"혹시 오줌 찔끔 샜어요?"


질문은 엉뚱하고 장면은 웃음을 부르지만, 그 속에는 아주 진지한 마음이 숨어 있다. 처음에 어른들은 당황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웃으며 피해 가기도 한다.


'나만 이런 걸까?'

'나만 이상한 건 아닐까?'


아이는 자기와 같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실수로 또 찔끔! 하고 시무룩해서 나온다. 그때, 아이의 할아버지가 밖에서 기다린다.


"우리 손자 왜 그래?"


할아버지의 물음에 아이는 할아버지께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를 한다. 그때 할아버지의 대답은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까?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짐작이나 할까? 나는 로리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웃음을 흘렸다. 아이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찔끔 샌 거잖아!
바지 입으면 아무도 몰라!
그리고...실은 할아버지도
오줌이 찔끔 샌단다!"


그 말 한 마디로 이 이야기는 방향을 바꾼다. 숨기던 것은 고백이 되고, 고백은 연대가 된다. 사실 요즘 로리는 혼자 화장실에 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바지 앞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그럴 때마다 로리는 말한다.


"할머니~ 나 찔끔 했어!"


부끄러움과 솔직함이 함께 담긴 그 말 앞에서 나는 괜찮다고, 갈아입으면 된다고 했지만 책 속의 할아버지처럼은 못 했다. <오줌이 찔끔>을 로리에게 읽어주었을 때, 로리는 책 속 아이를 보며 깔깔 웃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 아이도 그러네?"


그 웃음에는 안도의 숨이 섞여 있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 데 있다. 배변 훈련의 요령도, 성공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시간을 존중한다. 몸이 먼저 배우고, 마음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아이에게 이 책은 "괜찮아"라는 말이 되고, 어른에게는 "기다려도 돼"라는 메시지가 된다. 괜히 앞서 걱정했던 마음, 아이의 실수를 곧바로 교정하려 했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찔끔 하는 것도 괜찮다고, 웃고 지나갈 수 있다고, 그리고 이 시기는 언젠가 자연스럽게 지나간다고.


그래서 <오줌이 찔끔>은 배변 훈련을 위한 책이 아니라, 성장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제 속도로 자라도록 함께 웃어주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로리에게는 친구를, 나에게는 여유를 건네준 요즘 우리 집에 딱 맞는 그림책이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