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을 공부하면서 두 가지 부류로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사주역학은 오로지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형충파해생극제화와 격국로, 육친론 등을 통해 사주를 판별하려는 부류가 있는 반면에, 학문적 접근법과 그 사람의 살아온 모습과 정보를 보고 사주에 대입하여 판별하는 부류가 있다. 사주를 통변하다보면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을 알게된다. 예를 들어, A라는 남자가 직업진로를 문의했을 때, 목기운의 관성 발달해 있다면 대부분 사주만 보고 교육관련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교육관련 일도 매우 범위가 넓다. 학교선생, 학교 관리인일 수도 있고 학원업에 종사할수도 있다. 반면에 그 사람이 무얼 생각하고 어떤걸 좋아하는지를 알면 좀더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위의 예시의 A남자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을 싫어한다면 학교선생이 되기보다 성인대상 강사로 활동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이판과 사판을 결합하여 통변하는 방식이다.
과연 이판과 사판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이판(理判)과 사판(事判)
이판과 사판의 유래를 찾아보면 불교의 용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불교가 억압을 받으면서 사찰에 있는 스님이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이판(理判)은 이판승을 가리키는 말로 참선.수도 등 불교의 이치를 탐구하는 스님을 뜻하며, 사판(事判)은 사판승으로 사찰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스님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사찰이 운영되려면 이판승과 사판승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 사찰이 원활하게 운영되겠지만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면 사찰의 운영과 유지가 어려웠다고 한다. 사찰에 기도도량이라면 백성들이 찾아오지 않는 사찰이 될 것이고 관리만 하는 스님이 있다면 갑갑해서 가지 않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막장까지 간 상황을 '이판사판 할것없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판과 현실을 고려하는 사판이 대립할 경우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끝까지 싸우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 이판사판이라고도 한다. 이판과 사판은 서로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서로 상반되어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상황을 양보하면 타협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음과 양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밀어주고 극제하고 하면서 하나처럼 행동하는데 이것이 태극의 모습이다. 이처럼 이판과 사판도 모두 중요하고 어느 것이 나쁘다고 말 할 수 없다.
역학에서 이판과 사판은 무엇이 주요한가?
역학에서는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사주를 통변하는 것을 이판적 판단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하여 사주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보고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는지를 보고 참고하는것이 사판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사주를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들은 대체로 이판적인 영역에만 신경을 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두 확인 및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고수 또는 도사가 되려면 단순히 이판적인 것을 넘어서 사판적인 상황도 인지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사주역학 공부를 할때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간명을 통한 임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판적인 판단으로만 사주를 보게되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격이 혼잡되어 있거나 전혀 다른 생활을 이어가던가, 아니면 사주를 틀리게 아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판적으로만 통변할 경우 해석의 범위가 너무나 넓다. 하지만 사판적인 사황을 안다면 보다 해석읠 범위를 좁혀서 정확하게 판별해 낼 수 있다. 사판적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상황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의 현상, 현황, 트렌드, 경제상황적인 것도 포함이 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팔려고하는 사람의 사주에 재성운이 들어왔다고 하면 무조건 팔아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때라면 어떨까? 손해보고 파는 격이 될 것이다. 즉 더 수익을 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판적으로만 봐서 팔아버렸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대이익은 날려버린 셈이다. 부동산 시황이 좋아질때 그리고 그때의 이판적인 재운이 들어왔을때 부동산을 처분한다면 훨씬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통변하기위해서는 이판에서만 머물게 아니라 사판적인 판단력을 키우기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판적인 판단에만 너무 얽매이면 같은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낸다고는 하지만 사주의 주인공에 적합한 부동산 매매 방식을 알려줄 수 없으니 이또한 부족한 판별이 될 것이다. 즉 이판과 사판은 서로 다른듯하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기때문에 이판과 사판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역학을 처음 배울때는 간지와 육친법과 격국론을 배우고나면 모두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배움이 오래될 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구가 많아 같은 사주를 타고난 사람이 한국에서만 평균 70명 정도라고 한다. 70명이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사주가 같더라도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신 지역이 다르고 가족구성이 다르고 친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판적인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초심자는 이판에 중점을 두더라도 고급자로 갈 수록 사판적인 것을 판단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접하고 경험을 쌓는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만큼 책을 읽는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