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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Jan 06. 2022

팀 플레이어의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려면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를 읽고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아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의 저자 패트릭 렌시오니는 최고의 팀플레이어의 세 가지 자질로 '겸손, 갈망, 영리함'을 제시한다. 사람의 능력이나 태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저자가 말하듯 세 가지 자질의 미묘한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그 자질을 키우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머리말에 들어가기 전 쓰여 있는 세 문장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개인은 없다.
우리는 모두 조직에 속한 팀 플레이어다.
최고의 팀은 이상적인 팀 플레이어가 만든다.


  얼마 전 우연히 축구 선수 박지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멘터리는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서 활발히 활동할 무렵에 촬영한 것이었는데 당시 박지성의 소속팀 감독인 퍼거슨의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퍼거슨은 박지성이 경기 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뛰며, 무엇보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잘 파악하는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고 칭찬했다. 또한 월드 클래스 선수들 중에 자신이 월드 클래스인지 모르는 유일한 선수가 박지성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겸손하고 갈망하며 영리한 최고의 팀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책을 읽고 다큐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상적인 팀 플레이어의 세 가지 자질 -겸손, 갈망, 영리함-을 갖추었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 가지 자질이 의미를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짚어보기로 한다.  


- 겸손한 사람은 있어 보이기 위해, 잘나 보이기 위해, 세 보이기 위해 애쓰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대신 남들의 장점을 잘 발견하고 칭찬한다.

- 갈망하는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한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동료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찾아서 부지런히 한다.

- 영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때에 따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잘 판단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필요한 경우 건전한 갈등에 서슴없이 뛰어든다.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은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책에서 저자는 영리함이나 겸손함이 부족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팀 플레이어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해본 결과 나는 대체로 겸손하고 영리하지만 갈망하는 데 있어 다소 기복이 있는 편인 것 같다. 내 앞으로 공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공이 떨어졌을 때 적당히 공을 패스하는 선수는 갈망이 부족한 선수다. 최고의 패스를 주거나, 패스를 잘 받아 결정적 골을 넣기 위해선 끊임없이 몰입하며 경기장 내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내 동료들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갈망하는 에너지 없이 책임감이나 의무감 만으로는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 동기 부여를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겸손, 갈망, 영리함 이 세 가지 덕목은 DNA에 새겨진 영구적인 성격이 아니라 집이나 직장 등에서 경험하는 삶과 개인적 선택을 통해 개발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이전에 경험했던 조직에 알게 모르게 '까라면 까'식의 문화가 있었는데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었다.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들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책임감이나 물질적 보상, 조직이 주는 안정감 등에 만족하며 불만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당신을 초대합니다>의 저자 존 리비는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네 가지 요소로 '멤버십, 영향력, 욕구 충족, 정서적 연결'을 꼽는다. 나의 경우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자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갈망의 연료가 빠르게 고갈됐다.


  경험했던 다른 조직에서는 신뢰의 상실로 인해 동기 부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존 리비는 같은 책에서 신뢰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역량, 정직성, 선의'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는 역량, 진실한 태도,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싹튼다는 것이다. 또한 역량은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정직성이나 선의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신뢰를 급속도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함께하는 리더나 동료가 겉과 속이 다르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든 여정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부족한 조직에서는 사내 정치가 난무하고 구성원들이 업무 외적인 일들에 에너지를 소모할 가능성이 높다. 신뢰만큼 소속감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정서적 안정감이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 문제점이나 제안, 반대 의견을 안심하고 표명할 수 없고 수동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기 쉽다.


  물론 신뢰나 소속감이 쌓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신뢰는 '신뢰를 주는 동료가 됩시다.’ 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쌓이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동안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주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역량, 정직성, 선의를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신뢰는 '이자처럼' 쌓인다. 나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고, 나 스스로도 동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리적 보상이 중요한만큼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똘똘 뭉쳐 하나의 팀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릴 때 얻을 수 있는 소속감이라는 보상도 중요하다.


  <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의 저자는 진정한 팀워크는 구체적인 행동을 필요로 하며, '겸손, 갈망, 영리함'을 체득한 사람들이 이 다섯 가지 행동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기, 건전한 갈등에 뛰어들기, 결정된 사항에 매진하기, 책임지는 문화 형성하기, 성과에 집중하기- 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실천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말하면, 팀 플레이어의 덕목을 갖추었을지라도 구체적인 행동이 없으면 진정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팀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춘 구성원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이 각자 가진 고유한 잠재력과 자질을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조직의 규모가 작고, 구성원들이 모두 팀 플레이어라면 일부러 문화를 조성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인 곳이라면 의도적인 조직문화의 조성은 필수다. 조직의 문화는 조직의 전통과 핵심 가치, 비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전통이 없는 신생 조직의 경우, 혹은 조직문화의 개편이 필요한 경우 의사 결정권을 가진 리더십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문화를 조성하는가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비전은 대부분 다 좋은 말들이라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 가치를 말뿐이 아니라 '진짜로'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문제와 해결 방법에 집중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나의 기업을 일으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치에 공감하는 팀 플레이어들을 모아, 서로 신뢰를 쌓고, 위기를 극복하며 힘든 여정을 함께 헤쳐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논하는 아주 구체적인 방식이 곧 조직 문화가 아닐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머니볼>에서 야구팀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브래드 피트)가 경험 많은 노장 스카우터들과 회의를 하면서 "진짜 문제가 뭡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씬이다. 빌리는 경험은 훨씬 부족하지만 진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피터(조나 힐)를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부단장으로 데려와 혁신을 꾀한다. 빌리와 피터는 둘 다 역량이 있고 진실하며 자신의 이익만 탐하는 인물들이 아니었기에 금방 신뢰를 쌓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있었다. 전통과 관습에 갇혀 따라주지 않는 감독과 코치진 때문에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빌리는 자신의 방식에 강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어려움을 뚫고 성과를 만들어낸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뚫고 노력한 빌리와 피터, 그들을 믿고 따른 감독과 선수들의 팀 플레이는 20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더 이상 생각 없이 관성에 의해 움직이지 말고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보자. 내가 힘을 보태 함께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팀 플레이를 하고 있는가? 서로를 믿고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겸손하고 갈망하며 영리한 팀플레이어인가? 나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가? 나의 갈망을 갉아먹는 요소는 무엇인가?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와 바꿀 수 없는 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이 과정에서 물질적 보상 외에 소속감이라는 보상을 얻고 있는가? 나는 이 게임을 얼마나 오래 즐겁게 하고 싶은가?

"진짜 문제가 뭡니까?"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닌 승리를 사는 거예요. 승리하려면 득점할 선수를 사야죠."
존 리비, <당신을 초대합니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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