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과 어두운 삶의 무게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결국은 태도, 마음가짐, 그리고 조금의 여유로 삶은 간신히 숨 쉴 틈을 찾아낸다.
대폭설이다. 문자 그대로 대폭설이라 세상은 난리가 아니었고 덕분에 새벽부터 예정에도 없는 먹고사니즘의 채찍질에서 벗어나고자 고난의 행군을 고생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였지만 다행히 끝이 있었다. 아무리 무거운 눈도 결국 녹아서 흔적도 없어지는 것처럼, 직장인의 하루도 퇴근길에는 아무 상처도, 고통도 없었던 것 같았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퇴근길 어느 카페 입구에 못 보던 조형물이 있었다. 정성스럽게 눈으로 만든 고양이 머리였다. 크기나 모양을 보니 나름 정성이 가득한 조형물이었다. 비록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어쩐지 쓰담쓰담해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샘솟게 하면서 귀여움 향도 물씬 첨가된 고양이 덕분에 어쩐지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마도 눈 때문에 퇴근길이 힘들어지고, 교통사고가 나고, 택배가 늦어지는 그 모든 현실 속의 ERROR에도 불구하고 자기 개발서 같은 데서는 절대로 권하지 않을 것 같은 비실용적 행위만이 줄 수 있는 감동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의 감옥에서 확률이라는 간수가 내리치는 예측할 수 없는 매를 견뎌내며 삶을 이어 나간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없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확률적으로 벌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무심하고 차가운 세상 속에도 삶은 무의미한 무언가가 줄 수 있는 위안으로 버텨야만 한다. 조금 추상적인가? 그럼 이렇게 외쳐보자.
그저 즐거움만 주는 일들로 하루를 쌓아가며 나와 다른 사람을 구원해 보자. 이 추운 날 그저 재미로 만든 눈사람 하나가 누군가에게 온기를 선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