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가 껄끄러워하는 것들
아마도, 우리가 껄끄러워하는 것들
말투가 왜 그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키보드를 누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펜을 손에 쥐는 횟수보다 휴대폰을 손에 쥐는 빈도수가 확연히 늘어나면서부터 내 삶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 이제는 오히려 손안에 휴대폰이 없는 게 문제가 되는 세상에 무슨 문제인고 하니, 나는 사람의 말과 향에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유독 누군가 문자로 건네는 '말'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나의 소중한 하루를 망쳐버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 옛날 언젠가부터 전화보다 문자가 편해지고, 그 편한 문자를 더 편하게 쓰려다 보니 다양한 '문자 말투'가 생겨난 것이 화근인 듯하다. 예컨대 '나 오늘 퇴근하고 회식할 것 같아'라고 보낸 메시지에 'ㅇㅇ' 하고 답장이 온다면,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에게 기분이 상할 것이다. 전화였다면 '응, 알았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말인데 그 걸 문자로 옮기니 희한하게 그렇게 성의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쉽게, 자주 하는 거짓말이라는 'ㅋㅋㅋ'가 과하면 왜인지 비꼬는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ㅋ'를 하나만 쓰면 아니꼽게 보이며 그렇다고 아예 안 쓰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자 말투다. 개인적으로는 ~죠. ~네요. 도 마찬가지인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나 말 끝마다 ~죠, ~네요.로 끝맺음으로써 애써 점잖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이제는 저러한 말투인 상대와 대화를 할 때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분이 별로다. 뭐랄까. 내 이름은 유난, 떨고 있죠.
스스로를 예민하다 칭하며 대충 넘어가자 다독이려다가도 누구는 띄어쓰기를 안 하는 사람은 답답해서 싫다고 하고, 누구는 인터넷에서 쓰는 말투를 쉽고 편리하게 쓰면 되지 뭘 굳이 다 재고 따지냐며 감성x이라 싫다 하니 어쩌면 말투라는 것은 애초에 감히 언짢아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말투'가 아니라서 다툰다는 것.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실없는 이유인가.(그러나 여전히 나는 연애를 함께할 사람을 찾을 때 말투를 굉장히 세심하게 보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이전에는 상대 말투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거슬려하며 기분을 깎아내렸다면 이제는 다양한 인간 유형 중 나와 잘 맞고 안 맞는 사람을 믿고 거르는 방법에 '문자 말투'라는 항목을 조심스레 추가시켜 다양한 스트레스에서 나의 삶을 지켜내려는 편이다.
남는 거라곤 불편함뿐인 그들(나와 맞지 않는 말투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기엔 요즈음의 나의 하루에 겨우 겨우 존재하는 '기분 좋은' 시간들이 아주 소중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