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사랑하는 것만큼,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어
20주가 되자 본격적으로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배 속에서 작은 물방울이 톡 튀는 느낌, 근육이 스치듯 움직이는 감각. 그런데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너, 거기 있구나.”
내 안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순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보이지 않던 존재가 움직임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태동은 생각보다 다양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가장 자주 느껴지는 건 툭, 툭 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만히 표현해 보면 ‘툭툭’보다는 ‘둑둑’에 가깝다. 가볍게 스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묵직하게 건드리는 느낌. 또 가끔은 배 안에 말캉한 것이 물결같이 꿀렁하는 것을 느끼는데 배 안이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이제 눈으로도 보이는 태동. 자기 전에 아기가 유난히 많이 움직이던 날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들었는데, 정말 그 순간이 찍혔다. 배가 불룩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오는 장면. 우리는 그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돌려봤다. 볼 때마다 또 신기했고, 또 웃음이 났다.
내 인생은 결혼 전에도 충분히 행복했다. 결혼 후에는 더 단단하고 안정된 행복을 배웠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런데 태동을 느끼며 나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을 경험한다. 경건하고 아름답고, 설명하기 어려운 원초적인 행복. 삶이 한 단계 확장되는 느낌이다.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바쁘게 움직이던 내 몸이 지금은 생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쓰던 이 몸이 누군가의 집이 되고, 자라나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야 내 몸이 어떤 ‘duty’를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류를 이어가는 가장 근원적인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는 감각.
여자로 태어나 이런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것은 단순한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확장처럼 느껴진다. 내 안에서 자라는 생명 덕분에 나 또한 더 깊어지고 있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배에 대고 말을 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기에 대한 사랑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아기가 커갈수록 우리의 애정도 함께 자란다. 사랑이 커지면 행복도 커진다.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만큼,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자기 전에 아이와 나중에 무엇을 할지 상상하다 잠이 든다. 여름에는 함께 수박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커플티를 입고 바다에 가고 싶다. 쿠키를 만들어 나눠 먹고, 봄에는 꽃구경을 가고, 작은 텃밭에 야채를 심어 함께 키워보고 싶다. 바비큐를 해 먹고, 강아지를 선물하며 웃는 날도 만들어야지.
나무야, 나는 너와 소소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
나는 지금 너로 인해 매일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