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7주는 과감히 입덧약을 끊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전에 두 번 정도 입덧약을 까먹고 안 먹고 잔 날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토를 해서 약을 끊기가 두려웠지만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약을 안 먹은 첫날, 잠이 오지 않아 새벽 4시 반에 잠이 들었다. 입덧약에 잠 오는 성분이 있어서 항상 약을 먹으면 바로 잠에 들었는데 약을 끊으니 잠이 안 왔다. 몸이 약에 너무 익숙해져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 반에 겨우 잠이 들어 6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몸이 괜찮았다. 울렁거림이 다시 시작되긴 했지만 시원한 무언가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으면 가라앉을 정도의 울렁거림이라 나름 괜찮았다. 중간중간에 조금 심하게 울렁거리는 고비들이 있었는데 그때 입덧이 심했던 시기들이 다시 떠올라 마음이 힘들었다. 결국 저녁식사 후엔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입덧 트라우마가 생긴 듯했다.) 남편은 우는 나를 보고 그냥 약을 먹으라고 했지만 나는 며칠만 더 안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끊는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미리 각오했기에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다행히 토는 하지 않아 긍정적인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17주 내내 나는 매일 새벽 늦게 잠들고 있으며 경미하지만 가끔은 조금 힘든 입덧을 다시 겪고 있다. 매일 조금씩 더 괜찮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 아마도 일주일이나 2주일 뒤쯤은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태동은 아직 애매한 느낌이다. 배를 만지고 있으면 가끔 톡톡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아기인지 그냥 내 배인지 잘 모르겠다. 20주가 되면 확실히 느낀다고 하니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