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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an 31. 2022

지난번에 충분했으면, 이번에 부족해도 이해받지 않을까?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3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1

레시피가 필요한 직장인의 세 번째 질문!


"지난번에 충분했으면, 이번엔 조금 부족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않을까?"


 최 팀장은 오늘 회의에서 팀원들의 반응이 많이 서운했다. 이런 녀석들을 내가 믿고 지금까지 의지해 온 것이 솔직히 후회가 될 정도였다.


올해 상반기 최 팀장은 팀원들과 약속을 했었다.     

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본부장님께 어떻게 해서든지 특별 격려금 1인당 100만 원씩 받아오겠다고..  팀원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최 팀장은 본부장님과 협의도 잘 되었고 때마침 사장님도 최팀장팀의 성과에 매우 흡족하면서 특별 격려를 또 해서 1인당 예상보다 더 많은 200 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팀원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그리고 하반기 다시 약속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연말 실적을 달성하면 100만 원 격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팀원들은 하반기에도 열심히 해서 성과 달성을 했다. 그런데 하반기 실적은 좋았지만 본부장님이 바뀌면서 성과 격려금에 대해 전 본부장님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다. 성과금 약속은 절대 들어줄 수 없다면서 최 팀장에게 월급 받고 일하면서 뭘 자꾸 더 바라느냐고 채근했다. 결국 팀원들과 신뢰문제가 있다면서 겨우 사정사정한 끝에 성과 격려금 1인당 50만 원씩 받을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회의 때 팀원들에게 이야기하자 팀원들의 반응이 의외로  차가웠다.

(팀원 1) “팀장님.. 이건 약속과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팀원 2) “맞아요.. 이런 식으로 신뢰를 잃으시면 안 되죠..”

(최 팀장) “이봐.. 잘 알겠는데.. 그래도 상반기에는 내가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했었잖아..”

(팀원 3) “ 그건 아는데요.. 그래도...”     


최 팀장은 배신감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팀장 덕에 100 만원씩 더 받았는데, 이번에 50 만원 덜 받으면 1년 동안 그래도 50만 원 이상 추가적으로 받은 거 아닌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녀석들...      



심리학 레시피


조직 생활에서 우리는 다양한 약속을 한다. 고객사와의 계약 형태일 수도 있고, 단순 동료 사이의 부탁일 수도 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하지만 항상 생각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약속을 못 지킬 경우도 있고, 약속을 지키는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약속한 것 이상으로 초과해서 기쁨을 줄 수도 있다.     


최 팀장이 서운함은 당연하다. 분명히 상반기를 생각하면 하반기에 좀 부족해도 팀원들이 이해해 주는 것이 맞는데 왜 팀원들은 서운해 하는것일까?

그리고 팀원들은 왜 상반기 추가적 성과급에 대해서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지 못할까?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에일리 그니지(Ayelet Gneezy)와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는 시카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속을 지킬 때와 지키지 못할 때, 그리고 초과해서 지킬 때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A그룹 학생들이 퍼즐 하나를 풀 때마다 수당을 받기로 하면서 총 40개의 퍼즐을 풀기로 했고, 여기서 B그룹 학생들이 대가 없이 그들을 도와 퍼즐 10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B그룹 학생은 5개밖에 풀어주지 못했고, 어떤 학생은 약속한 10개를 풀어주었고, 어떤 학생은 10개를 초과해서 15개를 풀어주었다. 이후 A그룹 학생들은 B그룹 학생들의 약속에 대해 얼마나 행복하고 도움을 감사하게 여기나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A그룹 참가자들은 B그룹 참가자들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약속을 지켰을 경우 사회적 계약을 잘 이행한 신뢰의 유지로 객관적으로 얻은 이익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약속을 초과해서 지켰을 경우는 약속을 지켰을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고 동일한 정도의 감사와 행복을 표현했다. 즉 초과로 지킨 부분에 대한 노력은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즉 약속에서 초과 부분을 이행하는 것을 상대방은 크게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일릿 그니지(Ayelet Gneezy)와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는 이번에는 143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속과 기대의 개념을 구별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A, B그룹으로 구분하여 A그룹은 누군가와 약속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그 약속을 어기거나, 지켰거나, 초과해서 이행한 경우를 나누어 그때 상대의 행동에 대한 감정을 작성하게 했고,

B그룹에는 누군가가 무엇인가 하기를 기대했는데 그 사람이 기대에 못 미치게, 기대한 만큼, 또는 기대한 것 이상 이행한 경우 그때 상대의 행동에 대한 감정을 작성하게 했다.      


 그 결과 약속의 경우는 그 이전의 실험처럼 약속을 지킨 경우와 초과해서 이행한 경우 감사의 마음이 차이가 없었던 반면, 기대의 경우, 기대한 만큼 이행한 경우보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이행했을 경우 상대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더 크게 느꼈다.      

 "약속"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겠다는 대인 관계인 반면,

"기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개인 혼자서 내부적으로 가지는 호감이다.  


 만일 누군가에게 혼자 내적 기대를 했다면 퍼즐을 5개 도와줄 경우, 10개 도와줄 경우, 15개 도와줄 경우 그 편익만큼 행복감과 긍정 효과가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약속은 상대방과 함께 교류를 통한 사회적 계약이다.

이것을 지킨다는 것은 제공되는 객관적 편익 이상을 넘어 사회적 편익으로 인식이 되어 매우 높은 긍정성 효과와 행복감을 주게 된다.  따라서 약속을 지켰다는 그 사회적 계약의 달성으로 이미 극대화 효과를 느껴서 이후 추가적인 편익 초과분 (10개를 약속했는데 15개를 도와주었을 때 추가 5개)에 대해서는 객관적 편익만큼 평가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상반기에 성과목표 달성 시 1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따라서 100만 원 지급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고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추가적인 100만 원은 객관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여기에 더 많은 노력을 했지만 팀원들은 이에 대한 그만큼의 감사의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하반기 성과목표를 달성했음에도 50만 원 밖에 받지 못한 것은 약속을 어긴 것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한다. 이는 사회적 계약을 달성했을 때의 긍정성 효과만큼 반대로 부정적 효과를 주게 된다. 상대방이 그래도 내가 이렇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한 것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오직 부정적 결과만이 강력하게 남게 되며 상반기의 약속 초과분으로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의미 없는 행동이 될 것이다.  


최 팀장은 이번 일을 통해 향후 팀 운영에 관한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약속은 가급적 최소화로 하기로 했다.  

그동안 팀원들 사기와 동기부여를 위해 여러 가지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려다 보면 어떤 것은 지켜지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게 되었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도 팀원들이 그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오히려 더 큰 부정적 감정이 발생하므로 약속은 최소화된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둘째, 여력이 생기면 그 약속을 초과해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하지 않았지만 팀원이 기대할 만한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속의 초과 이행 부분은 이행한 노력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감사도 받지 못해서, 이를 열심히 노력한 팀장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난 이후에는 약속하지 않았지만 팀원들이 팀장에게 혹시 기대할 만한 부분을 찾아 이를 시행하기 위해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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