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철우 Feb 03. 2022

누구나 결국 꼰대가 될 수 밖에 없는걸까?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2

  레시피가 필요한 직장인의 두 번째 질문!


"누구나 결국 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걸까? "


 김 차장은 어제 회식 자리에서 한 후배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 팀이 요즘 개별 직원들 간에 소통이 잘 안 돼서 업무 공유도 잘 안된다는 이야기가 우연히 나와서 좀 잘해보자는 의미로 한마디 했다.

“ 내가 대리 3년 차 때 우리 팀이 전체 성과평가 1등을 했었거든..  그땐 정말 팀원들 서로가 감추거나 숨기는 게 없었어, 출장 갔는데 고객사 팀장이랑 점심 갈비탕 먹었는데 그 집이 맛있다는 이야기까지 다들 오픈하고 소소히 다 이야기했었지, 근데 요즘은 문화 자체가 개인적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잘 안 하니까...”


 그러자 반대편에서 맥주를 따르던 최대리가

“차장님도 알고 보면 은꼰이세요..  은근한 꼰대요”라고 말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와!” 하는 폭소가 터졌다.

“새로운 꼰대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 지금 팀장님이 함께 계셨어야 친구 하자고 했을 텐데.. ” 라면서 입사동기 강 차장이 옆에서 분위기를 거들었다.

 김대리는 술김에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고, 다들 웃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 웃긴 했지만 마음속 불편함은 떨칠 수 없었다.     


 사실 김 차장은 꼰대라는 말이 가장 싫었다.  신입시절부터 수많은 선배들이 과거의 무용담을 자화자찬하면서 떠드는 것이 별로였고,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서 후배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선배가 되면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몇 번을 다짐했고, 차장이 된 이후에도 더욱 후배들의 말을 경청하고, 좋은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역량이 뒤떨어지는 후배들이 말할 때 답답함에 잔소리도 좀 하고, 새롭게 제안하는 것이 과거의 것 보다 이런저런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있어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매우 합리적인 업무 차원의 범위 내였다. 그런데 진짜 좋은 옛날 사례를 딱 하나 이야기한 것인데 꼰대라니..    



심리학 레시피

  

 1. 우리는 누구나 꼰대가 된다.     


 꼰대란 뭘까? 어떤 사람들을 꼰대라고 하는 것일까?

 첫 번째 특성은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며 자기 과거의 경험을 말하고, 지금 후배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탓한다. (feat: 요즘애들 정말 편해.. )     

 두 번째 특성은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과거의 영광,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찬란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날들을 그리워하면서 아쉬워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폄하한다.      


 첫 번째 특성이 주로 나이가 많은 옛날 꼰대들에게 나오는 특징이라면 두 번째 특성은 요즘 젊은 꼰대들에게도 많이 나오는 특성이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은 왜? 누구나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과거가 실제 현재 우월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질문을 한번 해보자!

 당신이 최근 1-2년 사이에 소속했던 팀 중 최고의 팀을 떠올려 보자! 그 팀에 대한 솔직한 점수를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1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신이 경험한 최고의 팀을 떠올려보자! 그 팀에 대한 솔직한 점수를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둘을 비교하면 어떤 팀이 더 높은 점수일까?     


 2005년, 심리학자 캐리 모어웨지(Carey Morewedge)는 보스턴에 있는 85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의 TV 프로그램의 평균적 품질이 어땠는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1980년대나 1990년대 프로그램이 2000년대 TV 프로그램보다 더 좋았다고 대답했다. 과거의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호도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모어웨지는 추가적인 질문을 던졌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TV 프로그램 중 각자가 기억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평가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고로 기억하는 그 TV 프로그램이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대표하고 있는가? (유사성이 어느 정도 인가?)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여기서 그 원인이 밝혀졌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최고의 프로그램을 떠올렸고, 그 프로그램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런데 그 최고의 프로그램이 그 시기의 다른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대표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 평가해 달라고 하자 1980년대, 1990년대 프로그램은 그 최고의 프로그램이 전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유사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는 반면, 2000년대 최고의 프로그램은 전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유사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결국 과거가 좋았다고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의 좋았던 것 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좋았던 것이 그 과거의 대부분이라고 편향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좋은 것, 좋지 않은 건 모두를 과거에 비해 잘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 옛날이 나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9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히트곡과 지금 발표된 그저 그런 곡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면 너무 극단적일까?     


2.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러한 편향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채워 넣기에 따른 기억의 왜곡이 대표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디즈(Deese,J)는 1959년 이런 실험을 진행한다.

모두 십여 개의 단어를 50초 동안 보여준다.

“문, 유리창, 창틀, 문지방, 욕조, 차고, 선반....”

그러고 나서 주위를 돌릴 수 있는 쉬운 수학 문제를 잠시 낸다.

이후 몇 개의 단어를 보여주면서 최초 보여줬던 단어 중 있는 것을 골라라 하는 기억 실험이었다.  여기서 가장 압권은 바로 창문이었다. (독자들도 위를 가리고 창문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모두 그 단어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여주는 단어의 맥락을 볼 때 당연히 집을 구성하는 작은 구성품을 말하는 것이었고 여기에 당연히 창문은 해당된다고 생각해서 있었다고 답했지만 실제 창문이라는 단어는 애초 보여준 단어에 없었다.      

인간의 기억은 본 것을 그대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재평가를 통해 없던 것을 채우기도 하고 있던 것을 빼기도 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마 과거의 긍정적인 TV 프로그램이 전체의 모든 프로그램을 대표하고, 유사하며 따라서 그 시절의 전체 프로그램의 품질이 높다고 평가하게 하는 것은 기억나는 최고의 프로그램 이외 프로그램이 기억나는 것이 제한되어 최고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그 시절 프로그램의 빈 공간을 채운 편향을 보인 것이 바로 기억의 왜곡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당신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아마 당신은 과거의 팀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확률이 높다?

그 시절 그때의 함께했던 사람들, 사건들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그 시절이 더 그립고, 그때와 다른 지금이 원망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옛날을 그리워하며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신의 좋았던 과거는 실제와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과거의 긍정적 일부를 기억하면서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그 시절을 생각하고 있다.

반면 최근은 긍정, 부정이 모두를 잘 기억하고 있어서 과거와 비교해 보면 옛날이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착각을 멈춰라

그리고 현재에 더 집중하자.

당신은 그리워하는 그 옛날보다 훨씬 괜찮은 현재에 살고 있음을 자각하자

그러면 옛날에~ 하면서 꼰대의 모습을 보이는 현상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전 01화 팀원이 보고할 때 팀장은 뭘 물어보면 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