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4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레시피
2박 3일 신임팀장 교육 마지막 시간이다. 강영일 팀장은 이번 교육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새롭게 팀장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고, 성과관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며, 팀원의 고충은 어떻게 피드백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훌륭한 강사님들을 통해 습득했다.
‘돌아가면 이것저것 적용해 봐야겠네..’
생각하면서 마지막 시간을 맞이했다.
마지막 시간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팀원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면서 카리스마 있는 여성 강사님께서 열변을 토하고 계신다.
” 자! 팀장님들! 칭찬이란 구체적으로 , 즉각적으로 웃으면서 해야 합니다. 먼저 간단한 연습한번 해볼까요? 김과장이 새롭게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 팀장님을 김과장 이라고 생각하시고 헤어 스타일에 대한 칭찬을 같이 해봅니다. 자 시작!“
강사의 외침에 40대 후반의 팀장들은 멋쩍은 웃음과 어색한 표정으로 옆 팀장에게 롤플레이를 진행한다.
” 김과장! 헤어스타일이 너무 멋진데.. 허허허“
칭찬하는 연습을 하는 팀장도, 칭찬받는 김과장 역할을 하는 상대 팀장도 어색해서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교육을 다녀오고 출근한 첫날 강팀장은 지난 교육과정에서 배운 칭찬을 실행에 옮기려고 탐색하다가 최대리의 양복이 새롭게 보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들었다.
” 어.. 최대리! 이번에 양복 새로 구매 했나봐! 아주 잘 어울리는데, 멋져!“
” 아! 팀장님! 네~ 감사합니다. “
최대리는 매우 당황하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구.. 저 인간.. 신임 팀장 교육 다녀오더니 또 강사에게 칭찬 열심히 하라고 들었구나.., 연습 했던 것을 써먹으려고 나에게 말 거는가 본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1년 넘게 입고 다닌 양복을 새 것 이라고 칭찬하나? 정말 너무한 거 아냐? 내가 속이 터져)
팀장이 된 이후 교육을 가거나, 글을 읽거나, 선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팀원들 칭찬을 좀 자주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야 팀 성과도 높아지고 분위기도 좋다는데 이게 생각보다 말처럼 쉽지 않다. 막상 교육장에서는 연습하면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꼭 무슨 장난치는 것 같고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어렵다는 토로를 한다.
그런데 왜 칭찬을 하면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일까?
칭찬의 효과에 대해 논의는 아마도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젠탈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초등학교 교장 레노어 제이콥슨의 연구에서 밝힌 이른바 ”로젠탈 효과“에서 출발한다.
로젠탈 교수는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유치원부터 5학년 사이의 18개 학급 학생들에게 하버드대학 인지 능력 평가 시험을 치르게 했다. 이후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학생 20%를 뽑아 담임선생님에게 해당 아이는 뛰어난 지적 잠재력을 지닌 영재로 분류되었으며 학년이 끝날 때쯤 아주 훌륭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다시 시험을 치르자 정말 영재로 분류되어 담임에게 통보된 학생들의 점수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크게 향상되었다. (약 평균 4점 이상)
로젠탈은 여기서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믿으면 이후 어떻게 되는지 알기위해 설계된 실험으로 교사가 학생의 성공을 신뢰하게 되면 이는 스스로에게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만들어내어 그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격려와 칭찬을 해서 학습과 발전을 이룬다는 논리로 설명하였다.
이 실험이 발표된 이후 자녀교육에서 칭찬 중심의 양육이 트렌드가 되어 자리를 잡았고, 엄격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는 사라진 채 우리 아들, 우리 딸 최고라는 아빠, 엄마의 경쟁적인 칭찬이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별 것 아닌 아이의 그림과 활동에 ”대단해“라는 리액션을 보여야 했고 이것이 우리 자녀의 행복과 성공을 만든다고 믿었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자기충족적 예언은 성인에게도 적용이 될까?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도브 에덴 교수는 이스라엘 방위군 연구에서 훈련병의 적성검사 점수, 기초 훈련 성적, 전임 지휘관의 추천 등을 검토한 뒤, 그 결과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일부의 훈련병이 매우 뛰어나고 놀라운 성취를 이룰 것이라면서 몇몇 소대장에게 통보해 주고 그들의 자기충족적 예언을 확인하였다.
놀랍게도 로젠탈 실험과 동일하게 무작위로 뽑힌 일부 훈련병들은 소대장의 기대와 칭찬, 지원 속에서 다른 훈련병들 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이후 직장에서도 칭찬 열풍이 불었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GWP가 도입되었고 그 활동중 하나로 1일 1칭찬 운동이 벌어져서 밑도 끝도 없이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야 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다면 정말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팀원들의 성과를 높였을까?
최한진 팀장은 회사 내에서 가장 활발한 외향적 성격으로 매우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다. 임원들 다수가 가입한 등산동아리의 총무만 10년째 하면서도 젊은 사원들이 주로 가입한 게임동아리의 고문까지 역임하는 등 직급과 세대를 초월한 소통의 아이콘이다.
작년에 기업 문화팀 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만들어진 조직에 갓 승진한 신임팀장인 최팀장을 파격적으로 발령낸 것은 이러한 그의 소통역량을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팀장도 처음이고 팀원들도 생소한 업무를 하게 된 곳에 발령을 받고 최팀장이 가졌던 생각은 단 하나 였다.
” 팀장의 역할 이란게 뭔가? 팀원이 일을 잘 해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돕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의 역할은 우리 팀원들이 자신감 있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거야“
그때부터 최팀장은 열심히 팀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고 다독이는 일을 했다.
효과는 매우 좋았다. 성과도 높고 팀 분위기도 좋아서 작년 연말에 본부내에서 최우수 팀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자극받은 본부장은 최팀장을 올해 핵심부서인 영업기획팀장으로 발령을 냈다.
영업기획팀은 최팀장이 팀원 시절부터 이미 잔뼈가 굵은 분야였고, 그곳의 팀원들도 베테랑들이 많아서 최팀장은 올 한해 정말 수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초반부터 팀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팀원들의 성과는 전혀 나지 않았다. 최팀장은 작년에 했던 방식으로 격려와 칭찬으로 동기부여 했지만 팀원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의 칭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어느 때는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면 그만 놀리시라고 항의를 받기까지 해서 많이 무안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이지? 최팀장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위의 그림은 로젠탈 효과의 결과값이 나온 그래프이다.
그래프 하단을 보면 1학년 부터 6학년 까지 대상이 구별되어 있고 각 학년별로 통제집단 (영재로 분류되지 않은 평범한 집단)과 실험집단(영재로 분류되어 리더가 자기 충족적 예언의 영향을 받은 집단)의 성취도가 나오는데 4학년 까지는 실험집단이 통제집단 보다 점수평가에서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이는 칭찬 등으로 인한 리더의 동기부여가 잘 성과와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5학년, 6학년의 그래프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그래프 차이가 거의 없다. 즉 영재로 분류된 평범한 아이들이나 영재로 분류되어 선생님의 자기충족적 예언의 영향으로 창찬과 격려를 받은 아이들의 점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로젠탈 효과는 초등학교 5,6학년 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 로젠탈 교수는 논문에서 따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첫째 변화에 대한 수용성 차이이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매우 높은 반면에 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그 수용성이 줄어들어 교사의 적극적 관심과 칭찬이 역량을 높이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교사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즉 저학년은 교사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칭찬과 격려로 아이들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큰 반면 고학년은 그 믿음이 적기 때문에 로젠탈 효과가 고학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반응 민감도이다.
교사가 자신의 기대치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하는 각종 격려와 칭찬이 저학년은 민감하게 받아들여 수용하는 반면 고학년은 그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떨어져서 영향을 덜 받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로젠탈은 이미 5학년 이후의 아이들이 로젠탈 효과가 없음을 설명 했지만 편향적 취사 선택으로 저학년에 대한 결과만 지나치게 강조되었고 이는 결국 모든 칭찬이 성과를 높인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브 에덴의 훈련병 실험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들은 성인 아닌가?
이에 관해서도 훈련병 이었기 때문에 자기충족적 예언이 효과가 있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군대를 다녀오셨던 분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처음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면 제일 먼저 뭘 하나? 아마 제일 먼저 군복, 훈련복 등 개인 물품을 지급 받고 거기에 바늘과 실을 가지고 자기의 이름을 새겨 넣는 일을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아마 거기서 처음 바느질을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던가? 그렇지 않다. 삐뚤빼뚤 이름하나 새기는데 두시간 가까이 걸리면서 정말 자신이 너무너무 한심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 모두가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위한 구조화된 프로그램 이라는 것이다.
군대에서 신병 훈련소란 어떤 곳인가? 기존 사회에서의 모든 것을 벗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곳이다. 따라서 훈련소는 훈련병에게 가장 먼저 자존감을 매우 떨어뜨려 바닥을 치게 한 이후에 하나하나 새롭게 군대식으로 쌓는 과정으로 훈련이 준비되어있다.
즉 훈련병은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용성, 반응 민감도가 높아 소대장의 자기충족적 예언에 의한 칭찬과 동기부여가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최한진 팀장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팀장으로 부임한 기업문화팀의 팀원들은 어땠을까? 다들 처음 접하는 업무였고 미리 정해진 것도 없으며 뭐든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아주 조심스러운 팀원들 이었을 것이다.
이때는 분명 칭찬 중심의 동기부여를 하는 최팀장의 리더십이 높은 성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기획팀은 어떤가? 베테랑 팀원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이미 객관적으로 팀장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들에게 근거 없는 칭찬이나 동기부여는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져서 팀원들이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조직내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은 아마 신입사원 그리고 새로운 업무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직원들에게 한정하여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장한 팀원들로 칭찬이 잘 먹히지 않는 팀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과 마이클 스펜서 교수는 신호이론(signalling theory)이란 구인과 구직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해 설명한 이론으로 면접에서 면접관과 구직자의 사례로 이를 설명 하고 있다.
당신이 면접을 보는 면접관이라고 해보자. 짧은 시간내에 구직자는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신호를 면접관에게 보내서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때 어떤 신호가 채용에 유리할까?
가장 하나 마나한 이야기가 ”입사하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능력이 많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신호는 한마디로 근거가 부족한 값싼 신호이다. 신뢰성이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면접관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나를 채용케 하는 가장 좋은 신호는 무엇인가? 바로 값비싼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값비싼 신호란 바로 내가 그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많은 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학위, 자격증 등의 스펙이다. 이 스펙을 쌓기 위해서 구직자는 아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을 것이다.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일부의 소리는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보다 더 값비싼 신호가 어디 있느냐는 말이다.
다음중 남편이 아내를 더 사랑하는 경우는?
1번 : 여보 사랑해! 당신밖에 없어! 라고 말한다.
2번 : 조용히 와서 가만히 명품백을 건넨다.
누가 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은가? 아마도 그 신호의 값어치를 따져보면 다른 시간적 요인이 같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간 2번의 훨씬 아내를 사랑할 것이다.
팀장이 팀원에게 피드백을 한다. 둘 사이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는 사이라면 피드백의 방법과 종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 신뢰가 불충분한 사이에서의 피드백이다.
팀장이 열심히 칭찬하고 동기부여 한다. 그러면 대부분 팀원들은 그것에 대해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이 보기에 팀장의 신호가 값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장은 단순한 칭찬과 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값비싼 피드백을 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팀원들이 팀장의 피드백에 화가 나는 이유중 하나는 평소에 자신이 한 행동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요장면, 요 현상에서 내가 실수 한 것을 가지고 피드백을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피드백에 가장 좋은 것은 팀장이 충분한 시간을 썻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 김대리.. 내가 말야 김대리를 5개월 정도 지켜봤는데..
5개월 전에는 이런이런 모습을 보이더라고, 그런데 한달쯤 지나니 그때 그사건 있잖아 . .기획팀하고 의견조율 안된 상태에서 본부장님 결재 올렸을 때 김대리고 기획팀 최과장과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등등의 이야기를 사전에 깔아주면 당신의 신호는 팀원들이 아주 잘 받아들일 것이다.
매우 훌륭한 값을 치른 값비싼 신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