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1년에 하루 강당을 빌려 발표회를 합니다. 네살부터 일곱살까지, 아이들이 반별로 정해 연습한 춤과 노래, 악기연주를 보여줘요. 이번 발표회 날짜는 1월로 잡혀있는데요.
아이들 연습은 지난달부터 시작한듯 해요. 송이가 하원길에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거든요. ㅎㅎ 가끔 한두 가지 율동을 곁들이기도 하구요. 길어야 3분 남짓일 무대 두어 개, 뭘 두달 전부터 연습을 시킬까 의아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이 나이 때 아이들이 그럴듯한 무대를 보여주려면 무한반복만이 답이겠구나 싶더라구요.
지난 겨울, 4세반 때의 발표회가 아직도 생생해요. 무대에 선 아이를 보면 괜히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손수건까지 준비했는데, 전 눈물은 안 나오더라구요. 송이도 다행히 안 울었구요. ㅎㅎ 선생님만 바라보며, 지금보다도 훨씬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흔드는 아이를 보면서, 그저 기특하고 기쁘기만 했어요. 올해는 손수건 대신 지난번엔 준비못했던 응원 카드를 만들어가볼까 합니다.
1년 전엔아이가 두어달 동안 흥얼거리던 노래가 저 노래였구나, 공연을 보고서야 알게 됐었는데요. 발음도 정확해지고 멜로디도 제법 잘 따라하게 된 지금은, 공연할 노래들을 먼저 알고 갈 수 있게 됐어요. 하나는 저도 들어본 아이돌 노래고, 하나는 동요인데 처음 듣는 노래라 가사로 검색해서 찾아보았는데요.
눈송이를 '행복을 그리는 동그라미'라고 표현한 게 참 예쁘게 느껴져요. 아이가 이 노래를 처음 불러줬을 땐, 이 부분에서 왜인지 뭉클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무구한 얼굴로 '환하게 웃어줄 거야' 할 때도요. 넌 늘 환하게 웃어주고 있어, 송이야. 엄마가 널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의 몇 배 이상으로.
"엄마는 송이가 이 노래 불러주면 행복해진다."
"정말? 그럼 내가 앞으로 자주 불러줄게!"
그 후로 매일 밤 잠들기 전 이 노래를 제게 불러주는 송이입니다. ㅎㅎ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은 조금 옅어졌지만, 아이가 "내가 이 노래 불러주니까 행복해?" 물으면, 제 대답은 언제나 "응. 행복해!"입니다.
소복히 쌓였던 첫눈이 몇 년 전 일처럼 멀게 느껴지네요.
송이도 저도 두번째 눈을 기다리고 있어요.
두번째 눈이 내릴 땐, 모두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이 부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길 바라구요.
아이가 어려 춥고 혼잡한 곳에 나가진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함께하며 열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