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래오래 살아.
다섯살 어록, 마지막 이야기
슬슬 아이들의 나이타령이 시작되는 시즌입니다.
작년 이맘때 송이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나 이제 다섯살이야?" 묻곤 했는데요.
이제 좀 컸다고 달력의 날짜들을 세어가며,
"나 다섯밤 자면 여섯살이지? 맞지?" 물으며
눈을 반짝입니다.
맞아, 다섯밤 자면 송이는 여섯 살이 돼.
그리고 엄마는 마흔다섯 살이 된단다. ^^
2024년 한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올해는 회사의 간섭이나 압박 없이 오롯이 내 색깔이 담긴 드라마를 써보고 싶어 오랜만에 공모전에 다시 도전했고, 아이 등원시키고 오전에 집안일들 후딱 해치우고, 남은 두세시간 때로는 허덕이며 때로는 즐거워하며 써내려갔던 제 글은, 몇 차례나 본선에도 들지 못하고 낙방했습니다.
한동안 노트북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지내다, 오랜만에 들른 브런치에서 공모 소식을 보고, 손바닥만한 글이라도 다시 써보자, 일주일에 한편이라도 써보자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당선되리라는 기대는 없었고 결과도 또다시 낙방이지만^^ 꾸준히 쓰게 해줄 동기부여가 필요했거든요.
머리속의 90퍼센트는 아이가 채우고 있으니, 연재글의 소재도 자연스럽게 아이에 관한 것 중에서 잡게 됐습니다.
아이가 다섯살이 되니 생각도 감정도 풍부해지고 쓰는 단어들도 풍성해져서, 거의 매일 엄마를 깜짝 놀래키거나 마음을 울리는 '멘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기록하고 싶었어요. 직감은 적중했네요. 지금은 엄마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생활적인 말들만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금요일이 다가오도록 아이 입에서 특별한 멘트가 나오지 않았던 주엔, 오래전 메모를 뒤져 겨우겨우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다섯살이 끝나는 12월 마지막주까지는 연재를 이어가고 싶었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송이의 멘트는^^
연재를 시작할때부터 마지막 글의 글감으로 점찍어놨던 말입니다.
지난 봄이었던 것 같아요.
잠자리에 들어서도 유난히 오랫동안 뒤척이던 송이가 뜬금없이 툭 말합니다.
"엄마, 오래오래 살아."
처음 듣는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어... 왜 그런 말을 해? 엄마 왜 오래오래 살아?"
"엄마를 사랑하게."
이날도 마음속으로만 눈물을 한바가지 흘렸네요.
"그래. 엄마 오래오래 살게.
오래오래 송이 옆에 있을게."
따끈한 아이를 폭 안고서,
아이가 잠들때까지 주문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송이는 아직 늙음이나 죽음의 의미를 잘 모르는데요. 그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동화들의 단골 엔딩 멘트가 갑자기 떠올랐던 걸까요. ㅎㅎ 그렇게 생각하면 귀엽습니다.
늦게 만난 아이라 아마도 젊어서 낳은 엄마들보다는 조금 일찍 헤어지게 되겠지만.
엄마가 떠나고 없는 날에도,
엄마가 준 사랑과 추억이 아이의 시린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기를.
엄마와 주고 받았던 아름다운 말과 마음을 그때 송이 곁을 지켜줄 그 사람과는 더 자주 나누며,
그렇게 송이는 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한해의 끝이라 조금은 더 진지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다른 글로 또 만나뵐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송이는 오늘부터 방학입니다. 네. ^^ ㅜㅜ
이번 방학도, 육아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