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린이집 갈 때 엄마는 뭐해?
엄마가 궁금하다는 다섯살
요즘 들어 등원길에 아이가 자주 물어요.
"나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엄마는 뭐해?"
"음... (일단 커피 한잔 들이키며 유튜브부터 볼 거지만...) 청소하고 빨래하고 저녁 때 먹을 국도 끓여놓고, (너무 신데렐라 같나?) 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래야지?"
"음... 글은 쓰지 마."
"왜?"
"글은 내가 쓸 거니까!"
와. 아이가 정말 우렁각시처럼
내가 써야 하는 글을 대신 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여기서 '글'은 글씨랍니다...
심심하면 스케치북을 꺼내, 순서도 방향도 엉망인 한글을 몇 글자 적어놓고,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는 아이거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청소도 다 하지 말고 남겨놔. 나랑 같이 하게."
"우와 정말? 고마워. 그럼 기린 책상 안 닦고 남겨놓을게!"
"좋아!"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일과를 체크하고 하원 후 엄마랑 같이 할 일까지 확인해둔 뒤 어린이집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들어간 뒤엔 엄마는 까맣게 잊고 친구들과 노느라 바쁘겠죠?
어쩌다 한번씩 엄마를 떠올리는 순간도 있을까요?
등원거부가 심하던 때의 어느 날 하원길엔,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내 마음속에 있었어." 같은 말을 해서 엄마를 울린 적도 있었는데요...
에이, 엄마가 없을 땐 엄마는 잊고 신나게 노는 편이 좋겠습니다.
엄마를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블럭으로 뭘 만들며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하는 모습을 볼 때도요.
"이걸 보면 엄마가 깜짝 놀라겠지?" 다 들리는 혼잣말에 웃음이 나고요. 결과물을 가져오면 최선을 다해 감탄해줍니다.
아직 아이의 세상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자리는 무지 크겠죠?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하고, 아이의 말만으론 다 알 수 없어서, 가끔 아이 머리 속에 들어가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이도 같은 마음일까요?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마음속에 있고 싶다."
어느날은 같이 스티커북인가를 가지고 꼼지락거리며 놀다가,
아이가 제 얼굴을 한참 빤히 보길래, 물었지요.
"엄마 얼굴을 왜 그렇게 봐?"
"궁금해."
"뭐가?"
"엄마가."
어... 이거 어디 로맨스코미디 드라마에서 본 대사 같은데요?
물론 그런 생각은 잠시 뒤에 들었던 생각이구요.
저 말을 듣는 순간은 그저 감동으로 마음이 찡해졌답니다.
나는 아이를 얼마나 궁금해하고 있나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집에선 요즘 어떤 친구랑 가장 재밌게 노는지, 엄마가 해주는 반찬 중엔 뭐가 제일 맛있는지, 어떨 때 기쁜지, 어떨 때 슬픈지...
아이를 등하원시키고, 먹을것과 입을것을 챙겨주는 일상에 익숙해져, 아이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조금 옅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이상 별로 궁금한 게 없는, 오래된 연인처럼요.
아. 안되겠습니다.
초심을 되찾아야겠어요.
이번 주말엔 키즈까페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요. 가면 영혼없이 따라다니며 놀아주지 말고, 이젠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건 시시해하는지 잘 관찰해봐야겠어요. 물론 그때그때 다른, 변덕이 심한 나이이긴 하지만요.^^
쏟아진다는 비는 안내리고 꾸물거리고만 있네요.
이젠 제발 좀 선선해지기를.
바깥 바람 쐬며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이번 주말도 육아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