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어린이들의 우정의 세계
저희 엄마는 딸인 제가 집 밖으로 '나도는' 걸 싫어했고,
대낮에 부모님이 계신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도 일절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덕분에 (+ 타고난 성향도 있었겠지요) 사회성이 일찍 발달하지 못했던 저는
여자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놀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한번도 그 무리에 제대로 끼어본 적 없이 겉돌기만 했어요.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와중에도 간간히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조용하고 심심한 우정과 추억들을 만들기도 했고,
책이나 음악에 기대며 그럭저럭 그 시간들을 잘 지나온 것 같지만.
그 시절 제 마음 속은 참담할 때가 많았어요.
친구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으니,
그 중요한 걸 못해내는 스스로를 낙오자나 패배자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부모는 자신이 받았던 가장 큰 상처를 아이만은 겪지 않기를 바라잖아요.
더구나 송이는 외동에 늦둥이니까,
살면서 부모나 형제를 대신할만한 좋은 친구 몇은 사귈 수 있기를 바래요.
그래서, 너무 앞서가는 거 알면서도,
놀이터에서 친구에게 거절당하거나 소외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송이가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친구 사귀기엔 젬병이었던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나 있을까?
송이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어주자.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송이에게 맡기자는 게, 한동안 끙끙 앓던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마침 오늘도 그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네요.
오늘 하원하고 환이랑 율이랑 만나 같이 놀기로 했다는 말에
아이는 신이 나서 기분좋게 등원했는데요.
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네요.
지난번 송이랑 환이랑 율이랑 세 친구가 모여 놀았을 때,
환이(남자아이)랑 율이(여자아이) 둘이 손을 꼭 붙잡고 뛰어다니고,
송이는 그 뒤를 쫓아다니며 노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송이가 "나도 친구들이랑 손 잡고 싶어!" 하길래,
(이런 말은 친구들한테 직접 못 하고 꼭 엄마한테 하지요^^)
"환아, 율아, 송이랑 셋이 손 잡는 건 어때?"
다른 엄마들도 모두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아이를 꼬드겨 봤는데,
요 깜찍한 커플이 싫다며 손 더 꼭 잡고 도망가 버린 거죠.
이미 율이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가 혼자 남겨진 송이는 그대로 얼어버렸구요.
에구. 오랜만에 친구들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네요.
엄마도 울고 싶었답니다.
환이랑 율이 엄마도 난감해 했지만, 뭐 아이들 마음이 엄마들 마음대로 되나요.
다른 커플 데이트에 눈치 없이 낀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마음 먹었지만.
오랜만에 같이 놀자는 연락에 좋다고 해버렸어요.
먼저 마음 먹었던 게 있잖아요.
친구관계는 송이에게 맡기자.
나보다 잘할 거라고 믿어보자.
율이 엄마랑 환이 엄마도요.
그러고 보니, 아이 덕분에 제게도 새 친구가 생긴 거였네요.
아이와 둘이 놀자니 진이 빠지고, 친구들과 같이 놀게 하려니 기가 빨리는 다섯살 부모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