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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을 권리

by 은수달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던 한국 사회의 폭력과 고도성장기를 거친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혼돈과 열패감은 모든 아이의 기억에 상흔을 남겼다. 그래서 가끔은 좋은 사람을 못 만나는 것도, 자꾸 우울하고 마음 어딘가 텅 빈 것까지도 부모 탓을 하고 싶어진다.


-황두영, <외롭지 않을 권리>


1인가구나 혼족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외로움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고민을 나눌 친구가 없어서, 정서적 허기를 채워줄 반려자가 없어서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무리 괜찮은 척해도, SNS 맛집이나 명소를 찾아다녀도 '혼자'라는 사실은 현관문을 연 순간 피부로 절실히 와닿는다. 그렇다고 결혼 제도를 받아들이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마땅한 상대를 찾는 것 또한 하늘의 별따기이다.


황두영 작가는 그의 저서를 통해 책임과 의무가 덜어진 가족의 자리에 '같이 사는 즐거움'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혈연과 혼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무를 지는 가족이 아닌 같이 사는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로,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맥락 위에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고민처럼 보이겠지만, 수도권 기준 일인가구 비중이 40퍼센트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 인구가 점차 늘어가고 있어서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시선도 많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은 수도권에 산다…10 가구 중 셋은 ‘나 홀로 가구’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건 아니겠지?"

"나중에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면 배우자라도 옆에 있어야 할 텐데... 더 늦기 전에 결정사라도 가입해 볼까?"


결혼적령기 상관없이 미혼 남녀가 던지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싱글 라이프를 잘 유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 방황한다. 심지어 혼자 고립되어 사회적 단절을 겪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불안한 일상을 보낸다.


부모는 점점 나이가 들어 병원 신세를 지거나,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거나, 오래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고 혼자 남겨진다. 주거지라도 안정되면 먹고살 길이 덜 막막할 텐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겨우 한 목숨 부지하게 된다.


외로움을 단지 개인의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이라고 치부하기엔 외로움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들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혼자 지내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누군가 있다면, 사회적 소속감을 가지거나 정서적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면 우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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