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가요? 알아서 잘하라고 해서 연락하면 왜 친한 척하느냐면서 비꼬고 연락이 뜸하면 왜 데면하게 구느냐고 트집 잡고..."
모 거래처의 담당자가 부장님을 쓸데없이 괴롭힌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무기 삼아 주요 업체의 담당자를 괴롭히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우린 아군과 적군을 본능적으로 구별할 줄 안다. 나한테 마냥 잘해준다고 해서 금방 친해지는 것도 아니고, 퉁명스럽게 군다고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상대의 언행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파악해야 친구로 둘지, 아님 멀리할지 판단이 선다.
서로 너무 다른 성향을 가져서 친해지는데 오래 걸린 친구가 있다. 하지만 우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때론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부딪치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여자가 이성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도 바로 신뢰이다. 아무리 잘생기고 친절하게 굴어도 믿음이 생기기 전까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신체를 가진 여성에게 남성의 잠재된 힘과 폭력성이 자신을 언제 위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친구인 척 가장해서 원하는 걸 얻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나의 지갑과 마음을 노리는 불량배들이 도처에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수시로 노리는 유럽의 소매치기처럼.
진심을 나누면서 친구가 될 것인가. 만만하게 보여서 불량배의 먹잇감이 될 것인가.